수영만 요트장 항만국경관리 허술…마약·밀입국 등 불법 통로 될까 '우려'
출입 관리 인력 부족해 보안 '위태위태'…관리소"일일이 검사 어려워"
징집령 피해 내려오는 러시아 요트에 밀항 시도 등 구멍 뚫릴까 걱정
- 노경민 기자, 강승우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강승우 기자 =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이 입·출항 관리 인력 부족과 허술한 보안으로 마약·총기류, 밀수, 밀입국 등 각종 불법의 통로로 악용될 우려가 커지면서 항만국경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불개항장(기항 허가 없이 들를 수 없는 항만)인 수영만 요트경기장에 외국선 요트가 입항하기 위해선 입항 전 최소 1주일 전 부산지방해양수산청(해수청)에 신고해야 한다.
해수청이 입항 신청을 받으면 해경, 관세청, 출입국외국인청, 검역소 등 15개 기관에서 허가 심사를 하고, 심사를 통과하면 요트장에 들어올 수 있다. 외국선 요트가 계류장에 도착하면 각 CIQ(세관·출입국 관리·검역) 기관에서 나온 직원들로부터 검사를 받고 통과돼야 요트에서 하선할 수 있는 게 원칙이다.
부산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수영만 요트장에 입·출항한 외국적 요트는 2018년 74척→2019년 94척→2020년 6척→2021년 8척→2022년 43척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국내를 찾거나 외국으로 나가는 요트가 대폭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요트장 내 출입 보안이 허술해 마약·총기류 밀반입, 밀입국, 밀항 등 불법행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요트장에는 총 8개의 계류장이 있는데,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계류장으로 통하는 철제 출입문이 개방돼 있다.
해경 등에 따르면 이전에는 출입문에 도어록과 마스터키가 한꺼번에 설치돼 있어 문에 달린 마스터키를 도어록에 찍어 문을 여는 구조였다. 출입 보안상 관리인이 통제를 해야 하는게 맞지만 편의상 문에 설치해둔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유동인구가 많은 시간대에는 아예 문을 개방하면서 사실상 출입 통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 취재진이 요트장을 방문했을 때도 어려움 없이 계류장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현장에 따로 상주하는 출입관리 요원은 없고, 유일하게 계류장을 현장 관리하는 청원경찰의 모습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실제로 허술한 관리를 틈타 밀항을 시도한 사건도 있었다. 부산해경에 따르면 2015년 6월 오전 한 호주인이 계류장에 정박해 있던 요트를 훔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으로 밀항을 시도하다 붙잡힌 바 있다.
요즘 같은 동절기에는 블라디보스토크항에서 추위가 덜한 부산으로 요트를 끌고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징집령을 피해 국내 요트장으로 들어온 러시아 요트도 적발되고 있다.
일부 선박은 정식 등록하지 않은 채 계류장에 정박해 있다는 게 일부 요트업체의 설명이다. 미등록 선박에서 밀수·밀입국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제때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코로나 엔데믹 영향으로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요트장 입출항 건이 증가세를 보이면서 요트장을 찾는 외국선 요트 증가로 입·출항 관리와 보안 문제도 더 신경 써야 할 점으로 꼽히지만, 출입 관리가 허술해 보안에 구멍이 뚫릴 위험을 안고 가야하는 상황이다.
수영만 요트투어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로 외국 요트들이 출입하는 경우가 많이 줄었으나 여전히 외국 선박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며 “탑승 인원을 통제하는 청원경찰들이 제대로 통제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우려했다.
요트장 관리를 맡는 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는 이용객 편의를 위해 주간에는 출입구를 열어둬도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요트경기장이 관광장소로 운영되고 있어 보안과는 상충된다는 것이 관리인의 말이다.
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서 현장에서 일일이 검사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가끔 무등록 선박이 CIQ 절차를 거치지 않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순찰하는 청원경찰들이 육안으로 식별하고 감시하고 있다"며 "무등록 선박 적발 시 강제력을 행사할 권한은 없지만, 경찰이나 국정원에 신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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