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겠다"…5달 만에 다시 거리로 나온 부산 화물노동자들

총파업 출정식에 120m 투쟁 행렬…3200여명 파업 예상
"일몰제 연장은 화물노동자 기만하는 것"…비노조원 동참 독려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24일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인근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2022.11.24/뉴스1 ⓒ News1 김영훈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일거리가 줄어드는 판에 화물 노동자들의 최저 생계는 보장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목숨을 걸고서라도 투쟁을 이어가겠습니다."

35년째 운송업을 하고 있는 백모씨(65)는 안전운임제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격앙된 목소리로 불만을 쏟아냈다.

백씨는 "예전보다 운송비 한 건마다 10만원 이상 줄었다"며 "경제도 안 좋은 상황에서 유류비 지출을 무릅쓰고 울며 겨자 먹기로 화물 기사일을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5달 전 정부에서 안전운임제의 지속 추진을 위한 논의를 약속해 파업 현장을 떠났는데 더이상 신뢰할 수 없다. 일몰제를 연장하겠다는 것은 화물 노동자들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주변에 비노조원들도 '언제부터 파업이 시작되나'고 연락이 오는 등 다들 한마음이다"고 말했다.

화물노동자의 과로·과속·과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안전운임제의 일몰제 시효 만료(12월31일)를 한달 앞두고 화물 노동자들이 지난 6월에 이어 5개월만에 다시 거리로 나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부산지역본부는 24일 오전 10시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삼거리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정부에 안전운임제 확대를 촉구하고 나섰다.

'안전운임제'는 시멘트, 레미콘, 컨테이너 등의 화물차주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해 이들의 적정 임금을 보장하도록 하는 제도다

노조는 조합원 1000여명이 출정식에 참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단결투쟁' 글씨의 붉은 머리띠를 착용한 조합원들은 120m 행렬을 이루고 "안전운임제 사수"를 외쳤다.

지난 6월 파업과 비교해 이번 파업은 일몰제 만료 직전에 실시되는 만큼 파업 열기가 뜨거웠다. 경찰도 간격을 촘촘히 두고 돌발 상황을 대비하고 있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24일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인근에서 국토교통부 비상수송차량이 지나가고 있다.2022.11.24/뉴스1 ⓒ News1 김영훈 기자

노조는 6월 총파업을 끝낸 이유였던 '노조-정부 간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 및 품목 확대 논의'에 대해 정부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고 겨우 생활비를 벌어가는 화물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어선 안 된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안전운임 품목이 확대되면 물류비 증가로 물가가 상승한다고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당은 안전운임 지속 추진 합의 이후 5개월이 지나도록 아무 일도 하지 않다가 총파업 이틀 전에야 나타나 정치파업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안전운임제를 무력화시키려는 개악 시도를 중단하라는 노동자의 정당한 투쟁을 폄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화물연대 부산본부, 위수탁지부 등 3200여명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 측은 이외 비조합원들을 대상으로도 파업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항만이 밀집해 있는 부산으로선 이번 파업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파업 당시에는 부산항 장치율(컨테이너 보관 능력 대비 실제 보관된 컨테이너 비율)이 80% 가까이 치솟는 등 물류대란 우려가 컸다.

이에 부산항만공사(BPA)는 지난 7일부터 비상대응 기구를 운영 중이며 추후 경계단계 발령 시 비상대책본부로 격상해 운영할 예정이다.

부산경찰청도 파업 전날인 23일 대책회의를 열고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비해 물류터미널 등 주요 거점에 인력 890여명을 배치했다.

지난 6월 총파업 당시에는 물류 운송 및 공무집행을 방해한 노조원 등 13명이 현장에서 검거됐고, 22명이 사법처리된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24일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인근에서 화물차들이 주차돼 있다. 2022.11.24/뉴스1 ⓒ News1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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