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가덕도 해상 숭어 집단폐사…제때 시료 채취 못해 원인 '미궁'

창원해경 순찰 중 최초 발견…구청에 알렸지만 현장 대응 늦어
양식물과 달리 자연 폐사는 시료 채취 책임 주체 없어 혼란

지난 17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남쪽 방향 바다에 폐사된 숭어떼 모습.(창원해경 제공)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지난 17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남쪽 해상에서 발생한 '숭어떼 집단 폐사'의 원인이 미궁속으로 빠지고 있다. 관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폐사 발견 당시 숭어 시료를 제때 채취하지 못해 원인 규명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7일 오전 창원해경이 가덕도 인근 해상에서 안전 순찰을 하던 중 죽은 숭어 1000여마리를 발견했다.

해경은 관할 구역인 강서구청에 팩스를 보내 집단 폐사 소식을 알렸다. 해경은 해양 사고·오염 등에 대해서만 관리할 수 있어 시료 채취에 대한 책임은 강서구에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해경은 구에 소식을 알린 뒤 다른 구역 순찰을 위해 이동했고 얼마 후 다시 폐사 구역을 찾았지만 현장에 나온 구청 관계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구는 오전 9시 출근하고 나서야 팩스를 전달받았고, 얼마 후 '숭어가 떠내려갔다'는 보고를 받은 뒤 인근 다른 해안으로 조사를 나갔다고 반박했다. 양 기관 사이의 혼선으로 폐사된 숭어는 다른 곳으로 흘러갔다.

구는 대항어촌계가 폐사 현장 인근에서 뜰망으로 잡은 숭어를 시료로 채취해 국립수산과학원(수과원)에 조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수과원 측에서는 해당 시료가 집단 폐사한 숭어와는 연관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어 원인 규명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폐사가 발생한 곳은 물살이 굉장히 강한 구역이라 숭어가 다른 구역으로 흘러갔을 것으로 예상해 물살이 약한 곳 위주로 조사를 나갔다"며 "최초로 목격했던 해경이 먼저 시료를 채취해 구에 맡겼으면 직접 수과원에 조사를 의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역을 기준으로 보면 강서구가 폐사 위치로부터 가장 가까운 게 맞지만, 구와 바다 간 거리가 멀어 즉시 시료를 채취할 수는 없었다"며 "물살이 강한 구역이다 보니 과거에 죽은 숭어떼가 가덕도로 떠내려왔을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경 관계자는 "구청에 여러 차례 현장에 나와야 한다고 전달했지만, 대응이 많이 늦었다. 보통 집단 폐사가 일어나면 지자체에서 해경으로 조사 의뢰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었다"며 "얼마 전 마산만 정어리떼가 출몰했을 때는 관계 기관과 원활히 소통해 정어리떼를 제대로 수거했다"고 말했다.

해상에서 집단 폐사가 발생할 시 시료 채취를 담당하는 주체는 상황마다 다르다. 현행 어업재해피해조사·보고 및 복구지원 요령, 수산생물 질병 관리법에 따르면 양식물 집단 폐사가 발생하면 관할 지자체가 시료 채취 등 전문가에게 조사를 의뢰해야 하지만, 양식물이 아니면 명확한 책임 주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부산과 경남 앞바다에서 잇단 어류 집단 폐사가 발생해 관심이 쏠린다. 경남 마산·진해만에서는 지난달말부터 이달 18일까지 폐사한 정어리떼만 200톤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과원은 정어리떼 집단 폐사 원인으로 '산소 부족에 의한 질식사'라고 발표했다.

blackstam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