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침수 위험지 '힌남노 초비상'…대피 준비에 모래주머니 설치도(종합)

동구, 자성대아파트 등 긴급 대피명령…과거 태풍 악몽 재현될까 '불안'
5일 0시부터 선박 입출항 금지…6일 부산내 모든 학교 원격수업 예정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상가 앞에 모래 주머니가 설치돼 있다.2022.9.4/뉴스1 노경민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한반도를 향해 빠르게 북상 중인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6일 경남 남해안을 관통할 것으로 예보되면서 부산의 침수 취약시설마다 비상이다. 상인들은 과거 태풍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래 주머니를 설치했고, 관계 기관은 현장 사전점검 및 교통 통제에 들어갔다.

4일 오후 부산 동구 자성대아파트 앞. 동구청이 이날 오후부터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인근 숙박시설로 긴급 대피명령을 내렸지만 대규모 피난 행렬은 없었다. 아파트 옆에 주차된 차량 앞 유리에는 상습 침수지역 주·정차 차량 이동 권고문이 부착돼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A동 1층 주민 김모씨(65)는 전자기기의 콘센트를 뽑고 옷을 챙기는 등 대피 준비가 한창이었다. 2년 전 태풍 '하이선'에 이어 올해 또다시 습격할 태풍에 대한 걱정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침수 취약 시설로 꼽히는 자성대아파트는 A동에서 D동까지 있는데, 지반이 가장 낮은 A동이 태풍이나 집중호우 때마다 가장 큰 피해를 봤다.

과거 태풍이 불 때면 아파트 입구에는 모래주머니로 가득했지만, 이번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태풍이 몰고 온 빗물이 집안 화장실이나 안방의 틈을 타고 새어 나와 모래주머니는 사실상 피해를 줄이는 데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4일 오후 부산 동구 자성대아파트에 거주하는 김씨가 구청의 긴급대피명령 안내 문자를 보여주고 있다.2022.9.4/뉴스1 노경민 기자

김씨는 1층 복도 벽의 허리춤 높이에 그어진 선을 가리키며 "재작년 태풍 때 이만큼 물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또 "자연재해가 올 때마다 건물 균열이 생겨 걱정이다. 올해는 부디 조용히 넘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토로했다.

동구는 이날 자성대아파트와 삼보연립 등 51세대의 주민 88명을 대상으로 긴급 대피명령을 내렸다. 이어 쪽방촌이 몰려 있는 범일5동 매축지마을 32세대의 43명에 대해서도 대피명령을 내렸다.

구는 5일까지 이들을 인근 숙박시설로 대피시킬 계획이다. 숙박시설이 부족하면 주민들의 친인척 집이 임시 주거시설로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

6년 전 태풍 '차바' 당시 물폭탄을 맞았던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상인들도 마찬가지로 우려하고 있었다. 당시 바닷물이 낮은 방수벽을 넘어 지하 주차장과 도로 일대를 뒤덮은 바 있다.

일부 상인들은 구청에서 배부된 모래주머니를 힘겹게 설치하고 있었다. 입구에 겹겹이 모래주머니가 쌓여 있던 한 카페 출입문에는 '태풍 끝나고 오픈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식당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내일은 오전까지만 장사하고 태풍이 잠잠해질 때까지 문을 닫을 계획"이라며 "예전에 태풍 때문에 유리창이 전부 깨진 적이 있어서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년 전 집중호우로 운전자 등 3명이 숨진 부산 동구 초량지하차도 현장. 4일 태풍 상륙을 앞두고 차들이 지하차도를 통해 이동하고 있다.2022.9.4/뉴스1 노경민 기자

선박 안전 관리도 강화된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부터 비상 대응 단계를 비상대책반에서 비상대책본부로 격상했다. 비상대책본부로 격상되면 태풍에 대비하기 위해 상황대기반이 24시간 비상 근무하게 된다.

또 안전사고 우려에 따라 5일 0시부터 선박 입·출항을 금지하는 '포트 클로징'이 실시된다. 이로써 부산항에 정박·계류 중인 여객선 및 화물선은 5일부터 태풍이 끝날 때까지 운항할 수 없다.

부산항 북항, 신항 컨테이너부두 접안 선박들은 5일 0시까지 피항을 완료해야 한다. 이날 정오까지 감천항 접안선박 및 북항 컨테이너선과 여객선을 제외한 선박 대부분이 피항을 완료한 상태다.

열차 운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한국철도 부산경남본부는 이날 태풍 상륙이 다가오는 5~6일자 열차의 운행 중지 및 구간 조정을 검토 중이다.

서부산과 을숙도를 잇는 낙동강 하굿둑 다리도 풍속 25m/s 이상 시 통제가 될 예정이어서 교통난이 우려된다.

부산시와 부산경찰청은 초량지하차도 등 상습 침수구역 82곳과 마린시티로 등 월파(방파제 높이를 넘는 파도) 우려지역 5곳, 부산 전역의 교통안전 시설물을 대상으로 사전 점검을 실시했다.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설 6일에는 부산 내 모든 학교가 원격 수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등교를 희망하는 학생인 경우 긴급돌봄을 운영하되 학생 안전을 위해 학부모 등 보호자 동반 하에 등·하교할 수 있다.

부산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태풍 '힌남노'는 타이완 타이베이 북동쪽 약 390km 부근 해상에서 시속 26km로 빠르게 북상하고 있다. 최대풍속 49m/s에 중심기압 935hPa 수준이다. 태풍은 6일 오전 3시 서귀포 동북동쪽 약 50km 부근 해상에 도달할 전망이다.

이날 부산은 대체로 비가 내리지 않았고 맑은 날씨를 보였다. 오후 7시20분 기준 풍속은 2.1m/s 수준이고, 기온은 부산 대표 관측지인 대청동 기준으로 26.4도로 나타났다.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한 카페 출입문에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2022.9.4/뉴스1 노경민 기자

blackstam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