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 친환경 농장,영어교육·농장체험 접목 연매출 5억원
김해 ‘클라우드베리’ 박정욱 대표…"농업도 전문 경영자 돼야"
"선진 농업 메카 K스마트농업교육파크 건설 꿈"
- 김명규 기자
(김해=뉴스1) 김명규 기자 = 서울에서 잘나가던 컴퓨터 프로그램 관리·개발자가 12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그만두고 경남 김해시로 귀농해 딸기 농사를 시작했다. 농사 13년차, 연 매출 5억원이 넘지만 딸기는 단 한 알도 유통시장서 판매하지 않는다. 2009년 귀농해 친환경 농작물들을 재배하며 6차산업을 기반한 혁신적인 경영으로 성공을 이룬 클라우드베리㈜ 박정욱 대표(47)의 이야기다.
부산의 한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해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박 대표는 처가가 있는 밀양에서 주말마다 장인어른의 농사를 도와주다 농사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2010년 아버지 고향인 김해서 땅 900평을 매입해 비닐하우스를 짓고 토마토, 고추, 딸기 농사를 시작했다. 많은 노동력을 요구하는 재래식 토경재배 대신 자동화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농법을 도입했다.
"컴퓨터 앞에서 매일 스트레스를 받다가 땀 흘려 농사일을 해보니 해방감이 느껴지더군요. 농사를 배우려고 전국 각지의 농사 고수들을 만나 노하우를 들었지만 정답은 없었어요. 작물마다 농사기법이 다르고 지역에 따라 기후나 토질이 다르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터득할 수밖에 없었어요. 특히 당시엔 스마트농법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때라 더욱 배우기 힘들었죠."
중간유통상을 통해 수확물을 판매하던 그는 2015년 이후 위기를 맞았다. 세월호 침몰사고, 메르스 유행 등의 영향으로 경기가 침체되며 수확물이 제값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학교급식·과일가게 납품 등 직거래 위주로 판로를 바꿔 갈 때쯤 시작한 것이 체험농장 운영이었다.
박 대표의 한 친구가 주말에 농장에 놀러 온 뒤 딸기 수확 체험기를 블로그에 게재했는데 이후 농장체험 문의가 많아진 것이 계기가 됐다. 2016년 2월부터 4월까지 박 대표의 농장에는 4500여명의 농장체험자가 다녀갔다.
"방문객들이 수확 체험을 해서 시장에 내다 팔 딸기가 없었어요. 수익은 더 늘었죠. 찾는 사람이 많아 너무 바빴어요. 고등학생 시절 친구이자 현재 회사의 총괄이사를 맡고 있는 문성준 이사(47)가 바쁜 저를 도와주러 주말마다 농장에 왔었죠."
당시 해운대의 한 원어민 영어학원 원장이었던 문 이사는 친구를 도와주다 ‘체험농장과 영어교육의 접목’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농장체험을 하러 온 어린이 등에게 영어로 체험과정을 설명해보자는 취지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체험자들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더욱 좋아졌고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들도 한국에서 즐기는 색다른 경험을 재밌어했다.
박 대표는 딸기를 이용한 쿠킹클래스도 도입했고 해외웹사이트를 통해 농장에서 일할 원어민도 본격적으로 모집했다. 2017년 딸기 수확시기엔 6600여명의 방문객이 농장을 찾았는데 장소와 인력이 부족해 9000여명의 예약이 불발됐다.
박 대표는 연중으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딸기 외에 계절별로 토마토, 고구마, 쌈채소 등으로 수확체험 작물을 늘렸다. 900평이었던 농장도 3개로 늘려 3000평으로 커졌다. 2018년 이 농장에는 1만7700여명, 2019년에는 2만800여명의 체험자가 다녀갔다.
클라우드베리에서 진행되는 체험클래스는 수확체험과 쿠킹수업으로 크게 나뉘는데 1인당 1만5000원에서 3만원 가량의 요금을 내고 예약을 한 뒤 주말에 진행되며 모든 과정이 원어민 강사들의 안내로 진행된다.
1차산업에서 벗어나 주변여건을 활용해 6차산업으로 재탄생시킨 박 대표는 농림부로부터 농촌융복합사업자인증(6차산업인증)은 물론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농촌교육농장 품질인증도 받았다.
아울러 프랑스, 모로코, 독일, 말레이시아, 콜럼비아의 농업대학 및 기관과 연수협약 등을 통해 원어민 강사진들의 경쟁력도 확보하고 별도의 원어민 모집 웹사이트도 구축했다.
박 대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농림부의 사회적농장 선정과 함께 사회적기업인 ‘행복한이동네협동조합’을 설립해 마을주민과 귀농청년 등과의 상생을 통한 마을과 지역발전도 도모하고 있다.
"지난 5월 행정안전부가 지정하는 마을기업으로 선정됐는데 귀농 멘토링 역할은 물론, 마을주민, 귀농을 희망하는 청년과 힘을 모아 지역의 6차농업을 활성화시키고 우수한 로컬푸드도 생산해보려고 합니다. 나아가 K컬쳐와 선진화된 K농업을 배우고 싶어하는 해외우수인력을 모아 K스마트농업교육파크를 만들어 전국으로 확대시켜보고 싶습니다. 6차산업 시대에 귀농을 생각하신다면 단순한 생산자가 아닌 농업경영인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박 대표는 자신의 꿈이 혼자만의 힘으론 이룰 수 없다며 관련 기관과 투자처의 지원과 협력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청년 귀농인들이 점차 늘고 있고 우리나라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외국인들이 크게 늘어 이를 활용한 다양한 6차산업을 발굴할 수 있다고 그는 확신했다.
"우리 농장에서 인턴체험을 해보고 싶다는 해외인력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다양한 전공과 기술을 지닌 외국인들이 농장을 찾고 있어요. 하지만 숙소도 모자라고 그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청년을 비롯한 지역민들과 외국친구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거점센터가 김해에 있었으면 합니다. 나아가 김해가 세계가 주목하는 농업관광도시로 거듭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km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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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매년 40만~50만명이 귀농 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농촌, 어촌,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비 귀촌인은 물론 지금도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