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도난당한 '신중도', 35년만에 제자리로…"조건 없는 반환"

신중도, 1767년 혜잠 스님이 그린 불화
美스마트미술관과 조건 없는 반환 협의 완료

예천 보문사 신중도(대한불교조계종 제공)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1989년 도난당했던 불화(佛畵) 예천 보문사 신중도가 35년 만에 본래 자리로 돌아온다.

대한불교조계종(이하 종단) 총무원 방문단(대표 문화국장 신해 스님, 직지성보박물관장 진웅 스님)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대학교 스마트미술관을 방문해, 예천 보문사 신중도(이하 신중도) 반환에 대한 협의를 완료했다고 21일 밝혔다.

스마트미술관은 도난 성보(聖寶)인 신중도의 조건 없는 반환에 동의했다. 이에 따라 신중도는 35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예천 보문사 극락보전에 봉안돼 있었던 신중도는 1989년 6월 5일 아미타불회도, 삼장보살도와 함께 도난당했다. 신중도를 제외한 2점의 불화는 2014년 환수돼 현재 보문사에 봉안돼 있다.

이후 지난해 6월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미국 소재 한국문화유산에 대한 현황조사 과정에서 시카고 스마트미술관에 도난당한 신중도를 소장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해당 사안을 종단과 공유했다.

이에 종단은 두 달 뒤인 지난해 8월 스마트미술관에 신중도가 도난 성보임을 알리고 반환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시카고대 스마트미술관은 신중도의 조건 없는 반환에 동의했다. 종단 총무원 방문단과 미술관 관계자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대한불교조계종 제공)

스마트미술관은 신중도가 도난품임을 인지했고, 협의 끝에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박물관 윤리 강령 등에 따라 신중도를 소장 목록에서 제외했다. 또한 선의로 반환을 결정했다.

신중도는 1767년 혜잠 스님이 그린 불화다. 화면 좌우에 제석천과 위태천을 크게 배치한 매우 독창적인 구성으로, 우수한 화풍과 구성의 희소성 등에서 가치가 높은 작품이다.

아울러 신중도는 1989년 당시 함께 도난당했다가 환수된 아미타불회도, 삼장보살도와 같은 해 같은 화승에 의해 그려진 불화다. 삼장보살도는 환수 이후 그 독창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 지정 유산 보물로 지정됐다. 신중도 역시 이에 준하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종단 관계자는 "신중도 반환의 가장 큰 공로자는 아무 조건 없이 자발적으로 반환을 결정한 시카고대학교 스마트미술관"이라며 "종단은 앞으로도 제자리를 떠난 모든 성보가 본래의 자리로 환지본처(還至本處)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j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