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승소한 황지사 통행료 실화였다…한라산 아닌 지리산 천은사

화엄사 덕문스님과 천은사 종효스님, 대승적 차원에서 매표소 철거
무료 대형 주차장과 3.3㎞길이의 순환형 탐방로 '천은사 상생의 길' 조성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3,14 에피소드 '제주도의 푸른밤'에 등장하는 황지사 매표소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ENA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지난 10·11일에 방영한 '제주도의 푸른밤 I·II' 편에서 사찰 문화재 관람료 징수 사건을 다루면서, 실제 사건이었던 천은사 통행료 갈등에도 재차 이목이 쏠렸다.

해당 에피소드에서는 제주도 한백산에 위치한 사찰 황지사가 도로 통행자들에 문화재 관람료 3000원을 걷었고, 이에 반발한 통행객이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내는 모습이 그려졌다. 황지사 측은 문화재법에 따른 합법 징수라고 주장했지만, 우영우 변호사(박은빈 분)는 지방도로가 행정 목적으로 만든 '공물'이라고 맞서 최종 승소했다.

황지사의 실제 모델인 천은사는 전남 구례군 지리산국립공원 내에 있는 사찰이며 2019년 4월29일 매표소를 철거했다. 철거된 매표소가 있던 861번 지방도로는 지리산을 남북으로 관통한다. 지리산 3대 주봉중 하나인 노고단의 구름바다(운해)를 보려면 이곳에서 1인당 문화재구역입장료 1600원씩을 내야 했다.

일부 탐방객과 시민단체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산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불교계 전체를 매도했다. 천은사가 입장료를 불법적으로 받는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지만 이에 따른 부정적 이미지의 파급력은 상당했다.

이런 갈등은 861번 지방도로 자체가 엄밀하게 따지면 불법점유물이기 때문에 발생했다. 861번 지방도로는 군사정부 시절인 1980년대 초 정부가 사전협의 없이 천은사 사유지에 만든 비포장 군사작전도로가 원형이다. 이후 정부는 88올림픽이 다가오자 관광자원을 개발하겠다며 1987년 군사도로에 아스팔트를 깔면서 일명 '벽소령관광도로'를 완성했다.

더구나 이 길은 천은사 스님들이 수행하는 방장선원의 바로 뒤를 통과했다. 방장선원은 통일신라시대 이래로 보조국사, 나옹화상 등이 수행한 도량이지만 차량소음으로 인해 제 기능을 상실했고 폐쇄해야 했다.

861번 지방도로에 매표소를 설치한 주체도 천은사가 아니라 정부였다. 정부는 사유지에 길을 낸 것을 대신에 사찰 소유지와 문화재를 보존하라는 명분으로 문화재 관람료를 국립공원 입장료와 합동징수했다. 하지만 정부가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하고 문화재 관람료만 받게 되자 부정적 이미지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2019년 4월29일 천은사 매표소 철거 당시 상황

1987년부터 시작해 32년간 이어진 갈등은 천은사의 본사인 조계종 제19교구 화엄사(주지 덕문스님)의 대승적 결단이 있었기에 해결될 수 있었다. 덕문스님은 취임 이전부터 천은사 매표소 철거를 주장했고 2017년 화엄사 주지에 취임하자마자 이에 동조하는 종효스님을 천은사 주지에 임명하고 엉킨 실타래를 본격적으로 풀기 시작했다.

덕문스님과 종효스님은 취임 후 곧바로 환경부와 문화재청을 비롯해 국립공원공단, 한국농어촌공사, 전남도청, 구례군 등 관계기관들을 지속적으로 만나 갈등의 해결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2년여 동안의 소통 끝에 대승적 차원에서 상호상생을 위한 관계기관 업무협약이 2019년 4월29일에 체결됐고 매표소가 철거됐다.

매표소 자리는 새로 심은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나 더이상 찾기가 어렵다. 또한 입장료 폐지에 따른 후속조치로 마련한 산책로인 '천은사 상생의 길'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산책로는 청류계곡에서 흘러든 맑은 물을 저장한 천은저수지의 둘레를 따라 소나무 숲길과 수변공원, 산림욕장, 무장애 시설 등을 갖춘 총길이 3.3㎞의 순환형 탐방로다.

천은저수지 주변에 방치된 건물을 증축한 '카페 천은사에서'는 커피와 전통차를 마시면서 풍광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아울러 주차료를 받지 않는 대형 주차장에는 사찰음식으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 '천은사 공양간'도 마련했다. 또한 문화재청도 천은사 문화재 보수사업을 지원해 지리산의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그러나 문화재 관람료는 천은사 이외 다른 사찰에서도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다. 문화재청이 지난 7월 기준으로 집계한 '문화재관람료 징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는 사찰은 57곳에 이른다.

순환형 탐방로 '천은사 상생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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