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분지로 쌓아 올린 디지털 세상 '따개비'…'이립' 송예환 개인전
디지털 세상, 우린 능동적 주체인가?…지갤러리서 2월15일까지
올해 서른 송예환, 송은미술대상 본선 진출에 프리즈 뉴욕 참가
-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송예환은 그래픽 디자이너로 직장 생활을 하다 전업 작가로 들어섰다. 1995년생으로 올해 30세, 경력이 길지 않지만 현재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제24회 송은미술대상전에 3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본선 20인에 선정됐고, 곧 프리즈 뉴욕에 참가해 작품을 소개한다.
송예환의 작품은 '마분지의 조립'으로 상징된다.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그가 몇 날 며칠을 수천, 수만 개의 마분지와 지낸다고 상상하면 조립 자체가 인내요 수양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완성된, 조립된 마분지의 결정은 초고층 빌딩들이 밀집된 어느 메트로폴리탄을, 거대한 스타디움을 연상시킬 만큼 자체로 하나의 작품으로 느껴진다.
완성된 마분지 조각 곳곳에는 천장에 달리 프로젝션에서 쏜 이미지들이 정확하게 들어맞아 있다. 이같은 작품을 통해 작가는 현대 디지털 환경의 과도한 편리함을 비판하는 동시에 그 내면에 가려진 사용자의 불안함을 응시한다.
서울 강남구 지갤러리에서 2월 15일까지 열리는 송예환의 개인전 '인터넷 따개비들'(The Internet Barnacles)은 단 세 점의 작품으로 송예환이란 작가를 드러낸다.
작가는 서로 가까이 붙어 살며 정보와 데이터를 주고받는 우리의 모습이 마치 바위나 선박의 표면에 군집을 이루며 살아가는 따개비와 닮아있다고 말한다. 디지털 생태계 속 사용자들이 따개비가 석회질을 분비하며 표면에 붙어사는 것처럼, 끊임없는 상호작용의 흔적을 남기며 시스템에 자기를 고정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이번 전시에서 송예환은 디지털 시대에 맞춰 플라톤의 글라우코스 우화를 재맥락한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수많은 악(惡)에 의해 변형된 영혼의 모습을 바다의 신 글라우코스에 비유한다.
풍랑에 의해 부러지고 닳아 훼손된 글라우코스의 몸에는 조개류와 해초, 돌이 엉겨 붙어 자라나 그의 본래 모습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형되어 마치 짐승처럼 보인다. 외부 환경이 한 존재의 본질을 어떻게 빼앗고 왜곡하는지를 보여준다. 디지털 세상, 정보의 범람 속 우리는 본질을 지키고 있는가. 송예환이 묻는다. 무료 관람.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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