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미술의 미래를 밝히다…제24회 송은미술대상展

현재보다 미래 더 기대되는 젊은 작가들…30:1 뚫고 본선 오른 20명
서울 강남구 송은아트스페이스서 2월 22일까지…대상에 탁영준 작가

탁영준 '월요일 날 첫눈에 똑떠어졌네' 2024 단채널 HD 영상 19분59초. 송은 제공.
최장원 '행려자의 파빌리온 일시성과 가벼움에 관하여' 2024 알루미늄. 송은 제공.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송은문화재단은 598명이 지원한 예선 심사를 거쳐 본선에 오른 △구나 △구자명 △김원화 △노상호 △박종영 △배윤환 △손수민 △송예환 △안유리 △얄루 △업체 △오묘초 △유아연 △이승애 △이혜인 △조재영 △진민욱 △최장원 △추미림 △탁영준 등 작가 20명의 작품을 선보이는 '제24회 송은미술대상전'을 서울 강남구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오는 2월 22일까지 진행한다.

'행려자(行旅者)의 파빌리온: 일시성과 가벼움에 관하여'란 작품을 출품한 최장원은 건축과 미술의 경계에 위치하며 건축적 요소를 일시적으로 해체하거나 이에 내재된 조형성을 촉각적인 환경에서 재맥락화하며 장소적 의미를 확장시키는 실험을 이어오는 작가이다.

이번 '송은미술대상'을 받은 탁영준은 퀴어 정체성과 종교적 신념, 특수한 장소성이 이질적으로 교차하는 지점을 추적해 영상, 조각, 평면의 형태로 그 구조를 가시화하는 작업을 하는 작가이다.

진민욱 '봄조각' '우산에 당시행락 편시춘 연연히 높고' '삼막' 2024. 송은 제공.
조재영 '쌍둥이 정원' 2024. 송은 제공.

'딱 걸린 진화의 현장'이란 작품을 선보이는 오묘초는 직접 집필한 공상과학 소설에 기반해 미래의 지성체들이 제안하는 대안적인 생존법을 현재 시제로 치환하고, 조각과 설치, 가상현실(VR) 영상 등을 활용해 기억 전이와 감각 분화가 수반하는 물질성에 풍부한 서사를 부여하고 있다.

진민욱은 동아시아의 회화기법을 연구하고 고전문학의 키워드를 일상에서 채집한 이미지로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쳐 소외된 주변적 서사를 정제된 감정으로 그려내고 있다.

구자명은 소프트웨어의 형태를 조각으로 물질화하는 작업을 하는 작가로, 이번에는 신작 '소프트웨어 빼돌리기'를 선보인다. 북한의 선전 웹사이트 속 코드 구조를 알파폴드(AlphaFold)와 같은 생물학적 방법을 거쳐 단백질과 DNA로 변환시킨 작품이다.

노상호는 온라인에서 수집한 이미지와 인공지능(AI)을 3차원(3D) 모델링 기술을 활용해 이를 회화와 조각, 영상의 조형 문법으로 번역하고 재해석한다.

이혜인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2024. 송은 제공.
이승애 'The Hunters'. 송은 제공.
유아연 'Elevator' 'Escalator' 2024. 송은 제공.

김나희, 오천석, 황휘로 이뤄진 오디오 비주얼 프로덕션 콜렉티브 업체(eobchae)는 미래를 가속하는 신기술과 그와 맞물려 작동하는 초자본주의적 환경을 배회하며, 그 틈에서 간과된 내러티브를 사변적으로 직조한다.

배윤환의 작업은 최근 지구와 인간이 필연적으로 공명하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전제를 반영하고, 지구를 인격화해 개인과 환경이 대등하게 주고받는 상호작용을 이미지와 영상에 담아낸다.

유아연은 개인의 특수성이 자본주의에 의해 기형적으로 상품화되어 소비되는 과정 내부에 신체를 오브제로써 배치해 수동적으로 답습되어 오던 이미지 유통 방식을 재고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지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송예환은 대안적인 웹사이트와 비디오 설치의 형태로 디지털 매체의 허점과 권위주의를 폭로하고, 디지털을 둘러싼 사회적 불균형이 이데올로기로 굳어지는 과정을 숙고한다.

오묘초 '딱 걸린 진화의 현장' 2024. 송은 제공.
업체 'd.raft' 2024. 송은 제공.
얄루 '신인호 월드 투어' 2024. 송은 제공.

추미림은 웹과 도시를 동시대의 일상적 환경으로 설정하고, 컴퓨터 화면의 기본 단위인 픽셀과 도시 구조를 한눈에 포착하는 위성지도의 시각적 요소를 조형적으로 결합해 두 사용자 환경 간의 유사성과 차이를 평면, 영상, 설치 등의 매체로 환원한다.

조재영은 최소 단위의 기하학적인 형태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증식시키며 특정한 도상이나 기능으로 명명할 수 없는 조각을 구성한다.

회화 중심의 이혜인은 특정 장소나 인물을 면밀히 관찰하고, 이로부터 촉발하는 작가의 개인적인 정서와 경험, 그리고 기억이 중첩된 시간의 흔적을 쫓아 그 아래에 여전히 생동하는 감각을 화면 위로 끄집어낸다.

역사 속 패러다임이 극적으로 변하는 순간이 인류의 진보를 이끌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신념으로 작업하는 김원화는 최근 급속도로 발달한 기술이 모호성을 띠는 지점을 가시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맞춰 가상현실과 AI 기반의 작품을 선보인다.

송예환 '정지된 정보의 바다' 2024. 송은 제공.
박종영 'Marionette 14-multi Persona' 2024. 송은 제공.
김원화 '인간의 거울' 2024. 송은 제공.

구나는 기존의 언어와 인식 체계로는 구현이 어려운 이해의 공백들을 페인팅과 입체의 물성을 빌려 메우고, 박종영은 현대 사회의 감시와 통제 메커니즘 등 디지털 환경에서 제기되는 문제의식을 인터랙티브 설치로 확장한다.

이승애는 죽임이나 잠, 고통과 불안, 직감, 망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비물질적 대상들의 실체를 포획하고 이미지화하기 위해 영혼의 존재를 정립해 나가는 과정을 드로잉과 애니메이션, 설치로 풀어낸다.

얄루는 프로젝션 맵핑 조형, 미디어 파사드, VR 등 디지털 무빙 이미지를 활용해 작가가 새롭게 정립한 언어 체계와 신인류의 출현, 변이된 생태계 등을 근간으로 하는 세계관을 몰입형 스토리텔링으로 확장시킨다.

안유리는 정치사회적 격변 속에서 개인의 삶이 어떻게 변모하는지를 추적하고, 텍스트와 비디오, 사운드 등을 통해 과거의 궤적을 현재로 소환하며 시공간의 간극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손수민은 거시적인 사회 구조가 일상의 경험에 침투해 만들어내는 균열을 배회하며 현대 사회의 복잡성을 반영하는 개인의 정체성을 다각도로 탐구해 영상, 설치, 퍼포먼스, 출판물 등의 매체로 시각화한다.

구자명 '소프트웨어 빼돌리기(고려항공)' 2024. 송은 제공.
구나 '상아뼈그레이보철정물화' '상아빛브라운블랙초상화' '블루블루스물빛실물'. 송은 제공.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