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영·김선영, 연기 여제들 무대 오른다…국립극단 2025 라인업
국립극단 2025 시즌 작품 공개
'만선' '헤다 가블러' 등 12개 작품
- 정수영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명품배우 이혜영과 김선영이 오랜만에 연극 무대로 귀환한다. 국립극단이 마련한 2025 시즌 공연에서 각각 뒤틀린 욕망의 여주인공, 맹목적인 모성애를 지닌 어머니를 연기한다.
국립극단은 6일, 올해 관객을 만날 12개 작품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4월 취임한 박정희 단장 겸 예술감독이 처음 이끄는 라인업으로,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연극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국립극단 2025년 라인업은 크게 △다시 쓰는 한국 고전 △해외 우수 신작 △관객의 픽(Pick) 시리즈 △어린이·청소년극 등으로 나뉜다.
첫 문을 여는 공연은 한국적 사실주의 연극의 정수로 불리는 '만선'(원작 천승세, 윤색 윤미현, 연출 심재찬). 1964년 국립극장 희곡 현상공모 당선작으로 같은 해 초연(연출 최현민), 천승세 작가에게 제1회 한국연극영화예술상(현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의 영예를 안긴 작품이다.
'만선'은 갑을 관계에서 비롯된 경제적 착취 구조와 상대적 박탈감,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아들 세대와 전통을 고수하는 아버지 세대의 갈등 등을 다룬다. 3월 6일부터 30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심상기행'(가제)(원작 함세덕, 재창작·연출 이철희)도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원작은 한국 연극사를 대표하는 함세덕이 극작한 희곡 '동승'으로, 자신을 두고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동자승 '도념'의 이야기를 그린다. 7월 17일부터 8월 3일까지 관객과 만난다.
해외 우수 신작으로는 '그의 어머니'(작 에반 플레이시, 연출 류주연)가 기대작. 강간 혐의로 선고받은 아들의 범죄 형량을 감량하려는 어머니의 맹목적인 모성애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일타스캔들', 영화 '세자매' 등에서 각기 다른 엄마 역을 맡으며 스타덤에 오른 배우 김선영이 어머니 역을 연기한다. 4월 2일부터 19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펼쳐진다.
관객의 픽(Pick) 시리즈는 국립극단 초연 이후 관객의 상연 요청이 쇄도해 온 2편의 작품을 선보이는 기획이다. 13년 만에 '헤다 가블러'(원작 헨리크 입센, 연출 박정희)가 돌아온다.
이 작품은 남편의 성인 '테스만'을 거부하고 아버지의 성이자 자기 성인 '가블러'를 붙인 채 살아가는 욕망의 여주인공 '헤다' 이야기를 그린다. 2012년 초연에 이어 이번에도 배우 이혜영이 헤다 역을 맡는다. 이혜영은 이 작품으로 제5회 대한민국 연극대상 여자연기상, 제49회 동아연극상 여자연기상을 받았다. 5월 8일부터 6월 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국립극단 대표 레퍼토리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원작 기군상, 각색·연출 고선웅)도 오는 12월, 7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2015년 초연부터 2023년 여섯 번째 시즌까지 평균 93%의 객석점유율을 기록하고, '조씨고아 팬덤'에 'N차 관람'까지 생겨나는 등 연극계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열풍을 일으켜 화제가 됐다.
어린이·청소년극 세 편도 관객과 만난다.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원작 에드몽 로스탕, 각색 김태형, 연출 서충식)가 초연 이후 10주년을 맞아 4월 10일부터 27일까지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원작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각색한 작품으로, 깨지고 부딪히며 나아가는 주인공 '시라노'를 통해 청소년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그린다.
이외에도 △섬×희곡×집(가제)(작 나수민·허선혜, 연출 윤혜진) △위험한 놀이터(가제)(연출 김경희) 등도 출격 준비 중이다.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연극은 인간의 존재에 대한 서사와 탐구를 오롯이 무대 위에 담아내는 빛나는 결정체"라며 "국립극단은 한국 연극의 발전을 성취하고 인류 모두의 통용적인 이야기로 세계 무대에 깊은 공감과 전율을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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