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속에서도…각자 역할 해낸 韓 미술신 [2024 총결산-미술]
대형 갤러리, 매출 방어하며 韓미술 알리기…'특색' 중소형 갤러리 '이익'
3회차 '키아프리즈'에 부산·광주 비엔날레…한국에 집결한 전세계 미술인들
-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올 한 해 한국 미술시장은 경기 침체로 어려웠지만 대형 갤러리들은 거시적·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미술사의 흐름을 짚기 위해 노력했고, 특색 있는 중소형 갤러리들은 유망한 작가 발굴과 전시 및 판매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압축된다.
국내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미술품 거래장터(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이 키아프와 협업한 지 3년 차를 맞은 가운데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가 비슷한 시기 동시에 열리면서 전 세계 미술신의 관심이 처음으로 한국에 집중된 시기이기도 했다.
특히 이 시기 국내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열린 대형 전시들이 미술 애호가들의 오감을 사로잡으면서, 미술과 관련한 다양한 유무형의 유산이 축적된 한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술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각자의 역할을 해낸 한해"로 요약된다.
이들이 공통으로 꼽은 단어는 '경기침체'였다. 이는 중소형 갤러리보다는 대형 갤러리와 미술품 경매회사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경기 침체로 고가의 작품 판매가 주춤한 탓이 컸다. 눈에 띄는 점은 매출 방어에 집중한 대형 갤러리들이 한국 미술의 흐름을 짚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단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9월 프리즈·키아프 기간에 국제갤러리와 갤러리현대가 한국 작가를 집중해 선보인 것이다. 국제갤러리의 경우 지난해 이 기간 세계적인 작가인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을 선보였지만, 올해는 함경아와 마이클 주를 선택했다. 카푸어에 비해 다소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일각의 지적에도 두 작가를 중요한 시기에 반드시 재조명해야 한다는 갤러리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이다.
갤러리현대 역시 지난해 외국 작가인 사라 모리스의 개인전을 열었지만, 올해는 한국 태생의 87세 조각가인 존 배의 개인전을 개최하며 호평을 받았다. 갤러리현대는 프리즈서울에서 다른 곳과 달리 한 명의 한국 작가(전준호)의 작품으로만 공간을 채워 다시 한번 '한국 작가 알리기'에 집중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두 대형 갤러리가 가장 중요한 시기에 한국 작가를 선택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시장을 이끄는 곳이기 때문에 한국미술사의 맥락도 짚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 아울러 저변을 넓히면서 투자의 개념까지 여러 측면을 고려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직접 해외로 나가 한국 작가를 소개하기도 했다. 베니스비엔날레에서 국제갤러리는 김윤신 작가를, 갤러리현대는 고(故) 이성자 작가를 전 세계 미술 관계자들에게 알렸다.
중소형 갤러리들은 색깔이 확실한 곳들이 매출 측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한해였다.
한 중소형 갤러리 관계자는 "다들 어려운 한 해였지만 우리가 가진 색을 컬렉터들이 좋아하면서 세일즈 측면에서 괜찮은 한 해를 보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갤러리 관계자도 "국내에서도 괜찮았지만, 해외 아트페어에서도 성적이 좋아 매출이 괜찮았다"고 말했다.
미술품 경매회사들은 확실히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사단법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와 아트프라이스가 발표한 '2024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연말 결산'(서울옥션, 케이옥션 등 국내 경매사 10곳)에 따르면 올해 미술품 경매 낙찰 총액은 약 1151억 원으로 △2023년 약 1535억 원 △2022년 약 2360억 원 △2021년 약 3294억 원 △2020년 약 1153억 원 등 지난 5년 내 최저 수준이다.
낙찰 총액뿐만 아니라 출품작, 낙찰작, 낙찰률, 개인 낙찰 총액 등 모든 부문이 5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 옥션 관계자는 "올해 어려운 시기를 보낸 것이 맞다"며 "호황이 있으면 불황이 있고, 반대로 불황이 있으면 호황이 있기에 경기가 나아질 때까지 본업에 집중하면서 수익 다변화를 통해 불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9월 전국이 미술로 물드는 점은 모두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대목이다.
올해 '프리즈x키아프' 기간에는 니콜라스 파티(호암)와 아니카 이(리움)를 시작으로 △엘름그린&드라그셋(아모레퍼시픽미술관) △피노컬렉션(송은) △마크 로스토x이우환(페이스) △'접속하는 몸: 아시아 여성미술가들'(국립현대미술관) △데릭 애덤스(가고시안) △레픽 아나돌(푸투라 서울) △나리 워드(리만머핀) △유영국(PKM) △서도호(아트선재센터) △이교준(피비갤러리) 등 거장들의 전시가 동시에 쏟아졌다.
이뿐만 아니라 부산비엔날레와 광주비엔날레가 비슷한 시기 열렸고, 정부는 이 모든 것을 엮어 처음으로 '대한민국 미술축제'를 진행하며 한국 미술 알리기에 주력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키아프리즈'가 3회째를 맞으면서 전 세계 주요 미술 관계자들, 언론인들 방문이 많이 늘어난 것을 실감한다"며 "예전에는 우리가 직접 외국을 다녀야만 그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대규모 행사가 서울에서 열리면서 한꺼번에 그들을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점은 엄청난 이점"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관심은 이제 '2025년'이다. 올해보다 더욱 어려운 해가 될 것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환율이다.
한 갤러리 대표는 "환율이 오르면서 해외 작가 작품 판매나 해외 아트페어 참가 등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정치 상황이 조속히 정리가 돼서 경제도 빨리 안정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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