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듯 멈춘, 멈춘 듯 움직이는…'돌과 연기와 피아노'展

국제갤러리, 박진아 개인전…2025년 1월 26일까지

박진아(b. 1974) 〈빨간 글자 03〉, 2023, Oil on linen, 110 x 168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국제갤러리는 2025년 1월 26일까지 서울점 K2(1, 2층)와 한옥에서 박진아 작가의 개인전 '돌과 연기와 피아노'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미술관 전시장, 레스토랑 키친, 피아노 공장 등을 방문, 카메라 렌즈를 통해 포착한 장면들을 유화 물감과 수채화 물감으로 화폭에 재구성한 신작 40여 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 출품작들은 지난 국제갤러리 개인전과 달리 모두 실내의 장면들을 묘사하고 있다. 각 장면에는 전문성을 띠고 각자의 업무에 몰입해 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전시 제목 '돌과 연기와 피아노'의 돌, 연기, 피아노는 각각 스쳐 지나기 쉬운 평범한 대상을 지칭하는 일반명사들이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직접 방문하고 촬영해 작품 배경이 된 세 가지 장소, 즉 미술관 전시장, 레스토랑 키친, 피아노 공장을 순서대로 지칭하는 제유(提喩)적 표현이다.

'돌'로 지칭되는 작품군은 작가가 2023년 부산시립미술관의 초대로 그룹전에 참여한 당시 포착한 장면들로 구성된다. 여기에는 그가 미술관을 사전 방문해 앞선 전시의 설치 기간에 목격한 아트 핸들러 업체 직원들이 박현기 작가의 설치 작업의 일부인 돌을 다루는 장면들, 작업자들이 전시장에 부착될 시트지를 준비하는 장면들이 포함된다.

'연기'로 응축된 장면들은 국제갤러리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키친 내부의 분주한 모습을 담고 있다.

그리고 '피아노'가 일컫는 작품군은 박진아가 올해 독일 바이로이트(Bayreuth, 바이에른주 북부의 도시)에 위치한 슈타인그래버(Steingraeber) 피아노 공장에 방문해 공장 내부의 면면을 작업화한 최신 연작이다.

의미 전달을 의도하지 않는 어정쩡한 포즈의 인물들은 해당 장면의 전후를 유추하도록 하는 정황에 대한 암시만 전달할 뿐이며, 그로 인해 작품 전반에는 일말의 긴장감이 흐른다.

그 긴장감은 박진아가 카메라를 통해 포착해 낸 일상적인 소재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것이 지닌 사회적 맥락이나 지시적 의미를 소거한 채 선, 면, 색의 형식적 관계를 부각해 소위 '예술을 위한 예술'(art for art's sake)을 향한 실험에 근접해 가기에 더욱 극대화된다.

이번 전시는 박진아가 드로잉과 회화, 구상회화와 추상회화, 그리고 사진과 회화 사이에 존재해 온 전통적인 경계선들을 허물고 표면적으로 매끄러워 보이는 회화면 안에 이질적인 간극을 만들면서 '회화성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그만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박진아는 로모 카메라를 보조 도구로 활용해 제작한 '로모그래피' 연작(2004–2007)을 선보인 이래 줄곧 대상이나 행위, 사건에 천착하지 않는 회화적 과제를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지극히 일상적인 사건을 비가시적인 차원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회화적 사건으로 귀결시키는 작업에 몰두해왔다.

<피아노 공장 07>, 2024, Oil on linen, 150 x 180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