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7인이 13세 소년의 고통 분담합니다"…연극 '몬스터 콜스'
남녀 배우 7명이 번갈아 가며 '코너' 연기
12월 5~8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공연
- 정수영 기자
"그 불길하고 무서운 악몽 속에서 나는 매일 같이 거대하고 기묘한 몬스터를 만나요."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18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 배우 김원영이 13세 소년 '코너'로 분해 자신의 악몽을 들려주자, 나머지 여섯 명의 배우는 일제히 바닥에 납작 엎드려 몬스터가 슬금슬금 기어 나오는 듯한 장면을 몸으로 표현했다.
"저희 공연은 환상적인 세계관을 관객에게 가능한 한 넓게 경험토록 하기 위해 배우의 몸을 통해 캐릭터의 상태 등을 역동적으로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연극 '몬스터 콜스'(A Monster Calls) 공연을 앞두고 이날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민새롬 연출은 이 연극에 대해 "내레이션과 신체 표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독특한 방식을 택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터뷰 전에는 약 25분간 주요장면 시연이 펼쳐졌다.
이 연극은 영국 최고의 아동 문학상인 카네기 상을 받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됐다. 집과 학교에서 고통받던 열세 살 소년 '코너'에게 매일 밤 12시 7분, '몬스터'가 찾아와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과정에서 코너는 마음속 상처와 새로운 진실을 마주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2012년 영국 도서관 협회가 주관하는 아동문학상인 카네기 상과 그림책 부문인 케이트 그리너웨이상을 동시 수상했다.
이 연극의 큰 특징 중 하나는 10대부터 40대에 이르는 남녀 배우 7명이 번갈아 가며 '코너'를 연기한다. 왜 이 같은 방식을 택했을까. 민새롬 연출의 말이다.
"한 인물을 한 명의 배우가 표현하는 방식이 유효할 때가 물론 있어요. 하지만 한 인물의 다층적이고 복잡한 내면을 중점에 둘 때는 배우 한 명이 연기하기보다 다양한 배우가 표현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우 황은후도 부연했다. "이 작품에는 밤의 '코너', 낮의 '코너', 슬픔과 고통을 감추는 '코너', 또 슬픔을 온몸으로 드러내는 '코너' 등이 있다"며 "'코너'의 다양한 모습을 동료 배우와 나눠 연기하다 보니, '코너'라는 아이의 고통을 서로 분담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출연 배우들은 저마다의 '코너'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고 했다. 이성수는 "저는 중도에 시각장애인이 된 경험을 떠올렸다, 제 입장에서 부조리한 상황을 직면했을 때 들었던 감정 등을 최대한 끌어올려 코너에 이입하려고 애썼다"고 했다.
뮤지컬 무대에 주로 선 홍준기는 "뮤지컬 공연을 할 때는 소리와 연기에 에너지가 가득해야 했다, 하지만 코너는 감정적으로 복잡한 소년이기에 에너지를 안으로 꾹꾹 눌러 담아 표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몬스터 콜스'는 장애인 배우와 비장애인 배우가 함께하는 공연이다. 장애인 배우 김원영(지체 장애)·이성수(시각장애)·지혜연(청각장애)과 연극·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인 김도완·홍준기·황은후, 그리고 중학생 민유경까지 서로 다른 신체 조건과 연령대의 출연진이 뭉쳤다.
오는 12월 5일부터 8일까지 나흘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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