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오?"…"질문하는 사람입니다"

스페이스 이수, 안규철 개인전 '질문들-지평선이 없는 풍경' 개최
지난 40년간 미술에서 품었던 질문 담은 신작 공개…25년 1월3일까지

'안규철의 질문들' 전시 중 '나선형의 벽' 작품. 스페이스 이수 제공.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안규철 작가가 지난 40년간 미술에서 품었던 질문을 담은 신작을 공개했다. 스페이스 이수는 2025년 1월 3일까지 안규철의 개인전 '안규철의 질문들 - 지평선이 없는 풍경'을 개최한다.

작가는 '당신은 무엇을 하는 사람이오?'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질문하는 사람이오"라고 대답했다. 그는 "세상에 대해, 삶에 대해, 미술의 관습과 한계에 대해 질문함으로써 지금의 세상과 삶 그리고 미술의 또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바로 예술가의 일"이라고 강조한다.

전시 부제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 지평선이란 하늘과 땅을 나누는 경계를 일컫는 말이지만, 그 선은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작가가 지속해서 다뤄 온 주제인 실패와 공회전을 거듭하는 사회의 모습을 가리키며, 그 안에서 도달할 수 없는 이상적 유토피아를 찾아 헤매는 우리 자신을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는 사회와 미술에서 지속되어 온 고정된 사고나 관습에 대해 질문하는 설치, 조각, 회화, 텍스트 등의 신작으로 구성되어 관람자가 '지평선이 없는 풍경' 속으로 들어가서 예술가가 던지는 질문에 저마다의 응답을 생각해 보도록 제안한다.

블랙홀처럼 우리를 끌어들이지만 끊임없이 회전해 결코 그 중심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인 '나선형의 벽', 점 하나를 찍는 것으로 완성되는 미니멀리즘 대가의 작품을 모방하려는 처절한 시도인 '점 습작', 자 없이 선을 긋는 여러 가지 방법을 고뇌하는 '선 습작', 진정한 예술은 어디에 있는가를 찾고자 하는 이들을 안내하는 표지판인 '예술로 가는 길', 페르난도 페소아(Fernando Pessoa, 1888-1935)나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 같은 작가들의 인용구를 여러 가지 외국어로 캔버스에 옮겨 적은 '외국어로 된 열두 개의 잠언', 화이트 큐브에서 미술가들이 행해 온 전복적인 행위들의 목록을 금속판에 새긴 '24개의 도발', 기울어진 바다 그림을 바로잡아 보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세 개의 수평선', 상자마다 서로 맞지 않는 다른 상자의 열쇠가 담겨 있어 모든 상자를 열지 않고서는 전체를 파악할 수 없는 '일곱 개의 상자'까지 총 8점의 신작은 지평선을 잃어버린 우리 시대의 풍경을 재구성한다.

이번 전시의 또 다른 특징은 미니멀리즘, 팝아트, 개념미술 작가부터 원로 작가, 모작 작가, 아마추어 작가 등 여러 다양한 형태의 작가들이 참여한 단체전처럼 구성되어 마치 '여러 명의 안규철들'이 제안하는 '의도된 실패들'을 체험해 보도록 하는 데 있다.

1955년생인 안규철은 서울대 미대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계간미술'에서 7년간 기자로 일했다. 1985년 '현실과 발언'에 참여하면서 풍자적 미니어처 작업을 선보였고, 1987년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나 이듬해 독일로 이주, 슈튜트가르트 국립미술학교에서 7년간 수학했다. 1997년부터 20여 년 간 한예종 미술원에서 학생을 가르쳤다. 10여 차례의 개인전과 다수의 국내외 기획전에 참가했다.

'안규철의 질문들' 전시 전경. 스페이스 이수 제공.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