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아래 공명하는 미술…제15회 광주비엔날레 개막

30개국 72명 작가, 판소리 은유로 동시대 공간과 소리 탐색
파빌리온 31개로 역대 최대 규모…광주 전역서 12월1일까지

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7일 개막해 12월 1일까지 86일간 이어진다. 2024.9.6/뉴스1 ⓒ 뉴스1 김일창 기자

(광주=뉴스1) 김일창 기자 = 부산비엔날레를 보고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을 눈에 담았다면 이번엔 아시아 최대 규모이자 세계 5대 비엔날레로 꼽히는 광주비엔날레로 떠날 차례이다.

출범 30주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가 7일 '제15회 광주비엔날레'로 돌아왔다. 오는 12월 1일까지 이어지는 광주비엔날레는 광주 북구 용봉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남구 양림동 일대 등 광주 전역을 미술로 물들일 예정이다.

이번 비엔날레는 세계적인 미술이론가인 니콜라 부리오가 지휘봉을 잡으며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30개국에서 온 작가 72명의 작품은 '판소리, 모두의 울림'(Pansori, a soundscape of the 21st century)이라는 제목으로 하나 되어 동시대 공간과 소리를 탐색한다. 부리오 예술감독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주거 공간부터 지구를 점령한 인간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라며 "판소리 본연의 정신을 재현, 주변의 살아있는 형태와의 대화를 통해 동시대 공간을 탐구하는 작가들 작품이 전시된다"고 말했다.

주전시 공간인 비엔날레 전시관에서는 △부딪침 소리(feedback effect) △겹침 소리(polyphony) △처음 소리(Primordial sound) 세 가지 소리 패턴이 바탕이 된 전시를 경험하며 인류세 변이를 목격한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2024.9.6/뉴스1 ⓒ 뉴스1 김일창 기자

1, 2전시실에서 진행되는 '부딪침 소리'에서는 인간 활동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사람 간, 종간 관계가 더욱 고밀도화되는 상황을 음성 이미지로 치환해 보여준다. 전시는 나이지리아 작가 에메카 오그보가 고국 라고스 거리에서 녹음한 소리를 바탕으로 한 작품 'Oju 2.0'으로 시작한다. 어두운 복도를 따라 걸으며 듣는 도시의 소음만으로 라고스라는 도시의 성격과 현장감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3전시실의 '겹침 소리'에서는 여러 초점을 가진 다층적 세계관에 주목하는 작가들의 작업을 선보인다. 산책하다 본 부화된 고치로 가득한 실크 거미줄이 공원의 나무들을 에워싼 장면과 옷을 공개적으로 교환하는 도시 문화인 프리 파일에 착안한 필립 자흐의 '부드러운 폐허'는 인간과 비인간, 폐기된 외피, 물질과 비물질을 관통하며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게 한다.

4, 5전시실의 '처음 소리'에서는 비인간적 세계와 이산화탄소, 최루탄 가스, 환경호르몬, 비말, 바이러스가 역사의 주체가 되는 분자와 우주를 탐구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비앙카 봉디의 '길고 어두운 헤엄'(The Long Dark Swim)은 하얀 소금 사막과 식물, 의자 등 몽환적 풍경과 일상적 물건이 배치되면서 마치 꿈을 꾼 것 같은 초감각적 경험을 유도한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2024.9.6/뉴스1 ⓒ 뉴스1 김일창 기자

전시는 양림동 일대 8곳의 전시 공간에서 이어진다. 한부철갤러리에서 전시되는 안젤라 블록의 '다이내믹 스테레오 드로잉 머신'은 그가 과거 진행한 초기 실험의 2021년 버전이다. 벽에 부착된 전동 드로잉 메커니즘은 마이크에 연결된 소리 감지 센서로 작동한다. 머신은 전시장 내 음악에 반응하고 이를 종이 위에 선(그림)으로 표현한다. 기계를 움직이게 하는 음악 목록은 비엔날레에 참여한 작가들이 선정한 곡들로 구성됐다.

이밖에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22개의 국가관과 9개의 기관 및 도시가 참여하는 역대 최다인 31개의 파빌리온이 들어섰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는 "이번 광주비엔날레를 전환점으로 다시 한번 비엔날레의 본질을 확인하고, 광주가 명실상부 아시아를 대표하는 문화도시로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최소 60만~70만명, 더 바란다면 100만여 명이 관람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부철갤러리에서 열리는 안젤라 블록의 작품. 작가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2024.9.6/뉴스1 ⓒ 뉴스1 김일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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