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감' 연작으로 韓 찾은 멕시코 작가 가브리엘 오로즈코
화이트큐브 서울서 4일부터 12월14일까지 개인전
-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화이트큐브 서울은 오는 4일부터 12월 14일까지 멕시코를 대표하는 작가 가브리엘 오로즈코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오로즈코의 2021년~2022년 연작 '식물도감'(Diario de Plantas)에 속한 드로잉 작업 등이 중심이다.
연작 '식물도감'은 오로즈코가 일본 도쿄, 멕시코 아카풀코와 멕시코시티에서 수집한 식물을 노트의 지면에 판화 기법으로 기록한 습작 시리즈다.
작가는 도쿄에 거주하던 당시 주변에서 나뭇잎을 채집하는 일을 일상으로 삼았다. 이는 멕시코시티에서 차풀테펙 공원 재생 프로젝트의 총책임을 맡아 거주하는 동안에도 이어졌다.
작가는 먼저 나뭇잎을 지면에 놓고 눌러서 그 자국이 남도록 하고, 잎의 흔적 위에 과슈, 템페라, 잉크, 흑연 등으로 드로잉하는 방식으로 식물에 대한 기록을 축적했다.
사용한 종이는 섬유질이 풍부하고 물감을 잘 흡수해 뒷면까지 색이 효과적으로 전달됐다. 한 장 한 장 염색하는 과정을 거쳐 탄생한 작품은 곧 하나의 대화로 연결된다.
작가는 여백에 일정한 번호 체계에 따라 작품의 고유번호와 제작일을 기입하고, 자신의 이름을 히라가나로 표기한 전통 인장으로 날인했다. 이처럼 인덱싱에 신경을 써 제작 과정을 일종의 일기처럼 기록하고, 작품이 탄생한 지리적 배경을 명시했다.
물감 얼룩, 뒤엉킨 실타래, 뫼비우스의 띠 등 작가가 손 가는 대로 그린 흔적은 잎맥의 해부학적 구조를 넘나들며 지면 위에 펼쳐진 식물의 지형과 소통한다.
이런 접근 방식에서 작가의 의도는 다양한 종을 식물학적으로 분류하고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일기의 속성을 가진 연작을 통해 움직임을 경험적으로 고찰하는 것임을 엿볼 수 있다.
여기서 움직임은 작가 자신이 한 도시를 떠나 다른 도시로 가는 거시적인 차원의 이동과, 잎맥의 관을 통해 이뤄지는 미시적 움직임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가 그린 유연하면서도 기하학적인 문양과 나뭇잎 프린트의 구조화된 유기성이 펼치는 협연은 팬데믹을 계기로 맞닥뜨린 새로운 인간 대 자연의 관계를 성찰하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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