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푸른 파라핀으로 덮인 갤러리…김덕희 개인전 '사과와 달'

서울 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9월 14일까지

김덕희, '밤이 밤에게' GB_Doki Kim_2024_From Night to Night_Courtesy of Gallery Baton.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우주와 자연, 사회와 문화, 물질과 에너지,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세계의 다양한 층위에 깊은 관심을 두고 이를 설치, 영상 등 다매체 작업으로 전개하는 김덕희 작가가 오는 9월 14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개인전 '사과와 달'(The Apple and The Moon)을 연다.

김덕희는 이번 전시에서 대표적인 설치 작품인 저해상도 영상기기의 픽셀을 조형화한 작업과 파라핀을 녹여 공간과 구조물에 도포하는 작업, 픽셀 작업에서 파생된 새로운 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김덕희가 빛과 열, 중력과 같이 '세계'라는 물리적 공간에 '상황'을 부여하는 요소들을 가시화하는 프로세스에는 자연물, 산업용 재료, 일상용품 등을 포함한 다양한 비미술적 재료가 사용된다.

재료들을 조합하고 해체해 본래 물성의 이면을 시각화하기 위해 작가는 종종 엄밀한 수행성에 의존한다. 그리고 정교한 해체를 통해 사물의 근원을 드러내고 반복된 동작이 만들어내는 축적은 결과물의 볼륨(volume)을 능동적으로 조절하고 시간의 흐름을 기억한다.

'움브라'는 사각의 직립 구조물 형태의 LED 디스플레이 모듈과 거기서 정교하게 분해된 픽셀들이 커다란 빛의 서클을 이루며 바닥에 흩뿌려진 작업이다. 원본 영상의 이미지를 추정할 수 없게끔 뒤섞이고 흐트러진 각 램프는 소리에 의존해 어떤 패턴이 있음을 암시한 채 아름다운 빛의 흐름을 만들어 낸다.

'부분일식'(Partial Solar Eclipse)은 LED 모듈을 사용한 영상 작업이다. 영상에선 작가가 수집한 자연과 일상의 풍경이 천문학적 시공과 중첩되어 드러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데, 우주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이미지가 타오르는 불꽃이었고 행성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사실은 사과의 표면이라는 시각적 유희를 시현한다.

'밤이 밤에게'(To Night, From Night)의 검푸른 파라핀으로 뒤덮인 두 개의 대형 구조물은 산 혹은 거인의 형상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그 속에서 뻗어 나온 마치 서로를 향해 내밀고 있는 듯한 작고 하얀 손은 그것의 외양과는 달리 실은 약하고 소외된 존재를 암시한다. 작가에게 '밤'은 단지 어둠을 말하는 것이 아닌, 모든 것이 해체된 상태에서 다시 무언가가 태어날 '가능성'으로 가득 찬 세계를 뜻하는 중요한 키워드이다.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