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달빛 아래 달항아리 같아라…피비갤러리, 이교준 개인전
9월 28일까지…프리즈·키아프 기간엔 한옥 '호호재'에서 전시
-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달항아리 같기도 하고 달에 비친 창호지와 문창살 같기도 하다. 한국 2세대 기하추상회화 작가 중 유일하게 남았다는 평가를 받는 이교준 작가가 9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피비갤러리에서 개인전 'Beyond the canvas'를 연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은 하나같이 고요하다. 작가가 직접 짠 틀에 알루미늄 지지대를 정갈하게 설치하고 위에 리넨을 댄다. 리넨은 안이 비칠 만큼 두껍지 않아서 알루미늄 지지대가 연하게 드러난다. 리넨 위에 작가는 하얀색 아크릴 물감으로 가로·세로 직선을 그었다. 때로는 노란색 물감으로 포인트를 준다.
1955년생 이교준은 처음부터 이런 고요한 작업을 한 작가는 아니다. 1970년대와 1980년대는 실험적 설치와 개념적인 퍼포먼스를 기록한 사진 작업을 주로 했다. 1990년대에는 알루미늄과 납 등 금속판을 비롯한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평면작업을 전개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기하학을 바탕으로 한 평면작업에 몰두했다. 2000년 이후부터 본격적인 기하추상회화 작업으로 최소한의 형태와 구성, 색채만으로 본질을 표현하는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구축했다.
정연심 홍익대 교수는 이교준에 대해 "선과 선이 서로 그리드로 연결되어 있듯이, 그가 지난 50년 동안 경험한 매체는 서로의 관계성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한다.
"가장 단순한 것이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는 이교준의 평면과 분할에 대한 화두는 많은 이에게 당연시되는 것들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이를 통해 본질에 대한 해답을 묵묵히 찾아가는 그의 수행자적 태도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피비갤러리는 9월4일 개막하는 프리즈·키아프에 발맞춰 이교준 작가의 작업을 9월 2일부터 9일까지 서울 북촌의 한옥 '호호재'에서도 소개한다.
아울러 이달 29일부터 개막하는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 소장품 기획전에서 그의 컬렉션과 근작 회화가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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