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뿐사뿐 덩실덩실…국악공연 '세자의 꿈', 18세기 로마 오페라극장 꽉 채웠다

1732년 로마에 세워진 아르젠티나 극장서 첫 초대형 정통 국악 공연
'韓-伊 상호문화교류의 해' 닻 올려…한복 입은 유인촌 장관 "끈끈한 교류"

이탈리아 로마 아르젠티나 극장에서 공연된 국립국악원의 '세자의 꿈'. 문체부 제공.

(로마=뉴스1) 김일창 기자 = 1732년, 이탈리아 로마 중심부에 아르젠티나 극장(Teatro Argentina)이 개관했다. 극장을 설계하고 지은 사람들은 300여년 후, 한국의 정통 국악공연이 이 무대 위에 오를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6층 높이의 오디토리엄과 각 층에 있는 31개의 박스, 붉은색 의자, 화려한 조각과 천장의 샹들리에 및 그림, 이 모든 것이 지극히 서구적인 것이었지만 국립국악원의 해외 초연 작품 '세자의 꿈'은 이곳과 전혀 이질감이 없이 녹아들었다.

국립국악원이 4일 오후(현지시각) 세계적인 오페라 극장인 이곳에서 '세자의 꿈'을 선보이면서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2024/2025 한국-이탈리아 상호문화교류의 해'가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아르젠티나 극장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오페라 중 하나인 로시니의 '세빌리라의 이발사'가 1816년 초연된 곳일 뿐만 아니라 피란델로(Pirnadello), 다눈치오(D'Annunzio), 입센(Ibsen) 등 유명 연극이 처음 선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국립단체인 국립국악원의 대규모 정통 국악공연이 오른 건 극장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현지인들의 '세자의 꿈'에 대한 관심은 20~30유로의 티켓이 열흘 만에 매진된 것으로 입증됐다.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장막이 걷히면서 공연이 시작하자 화려한 한복을 입고 선 배우들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세자의 꿈'은 조선시대 왕세자가 성인식을 치르고 궁 밖에서 겪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조선시대에 뿌리를 둔 다양한 한국 전통춤으로 구성한 공연이다.

세자가 참 군주가 되어 태평성대를 이루기를 기원하는 왕과 왕비의 춤 '태평무', 백성들의 삶과 노동을 상징하는 가야금병창의 '방아타령', 슬픔을 풀어헤쳐 극복으로 나아가는 '살풀이춤', 청춘들의 사랑 춤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등이 이어질 때마다 관객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일부 관객들은 공연 모습을 담고자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이탈리아 관객들이 로마 아르젠티나 극장에서 공연하는 국립국악원의 '세자의 꿈'을 관람하고 있다. 문체부 제공.

마지막 사물놀이패의 공연은 연주자와 관객이 하나 되는 순간이었다. 환호와 박수 소리는 더 커졌고, 배우들의 흥은 덩달아 올랐다. 약 1시간 30분간의 공연이 끝나자 일부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감탄을 표했다.

공연을 관람한 자히드 마스탐 주이탈리아말레이시아 대사는 "로마에서 매우 의미 있는 극장인 이곳에서 한국 국립국악원의 공연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고대했었다"며 "표가 열흘 만에 매진됐다는 소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관객들의 기대만큼 매우 화려하고 멋진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한복을 입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함께 공연을 관람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이탈리아에서 여러 많은 한국의 공연, 전시가 열린다"며 "여러분들이 큰 관심을 가져주셔서 우리 한국과 이탈리아의 더 끈끈한 문화 교류의 시작에 많은 도움을 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로마와 밀라노 등 이탈리아 주요 도시에서는 △한국 중견작가 전시회(6~9월) △케이-콘텐츠 기업·소비자 거래(B2C) 행사(7월 예정) △한국 관광 박람회(10월) △한국 현대무용 공연(11월) 등이 이어진다.

아울러 이탈리아 국립영화센터와 협력해 한국을 소개하는 단편영화가 제작되고, 문체부는 양국 청년예술인들이 오페라와 디자인 등 공동 관심 분야를 선정해 작품을 함께 창·제작하는 활동을 지원한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이탈리아 로마 아르젠티나 극장에서 국립국악원의 '세자의 꿈' 공연에 앞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문체부 제공.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