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香)으로 그리는 한국의 초상"…베니스 한국관 '구정아-오도라마 시티'

1995년 한국관 개관 이래 첫 공동 예술감독으로 전시 준비
韓의 향을 시각적 상상으로 변환…비엔날레 전체 주제와도 상통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의 '예술가의집' /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오는 4월20일 개막하는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 제60회 국제미술전의 한국관에 '후각의 시각화'가 압축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구정아 - 오도라마 시티'를 주제로 한국관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1995년 한국관 개관 이래 처음으로 공동 예술감독(이설희 쿤스트할 오르후스 수석 큐레이터, 야콥 파브리시우스 아트허브 코펜하겐 관장) 체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향'(香)이 중심을 이룬다.

이를 위해 구정아 작가와 전시팀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여기에 더해 남한에 정착한 북한 새터민까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한국의 도시, 고향에 얽힌 향의 기억'을 수집했다.

두 예술감독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형성되는 역사적 과정에서 파생된 집단을 시적 기억을 통해 포괄하려는 시도"라며 "모든 경계를 초월하는 향을 매개로 한국의 초상화를 그리며, 동시에 공유받은 개개인의 기억을 나눔으로써 다양한 인류를 아우르는 프로젝트를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팀은 수집한 '향기 기억'을 기저로 개발 중인 대한민국의 향을 '시각적 상상'으로 변환하는 과정에 있다. 이는 향을 퍼뜨리는 디퓨저의 기능을 하는 조각으로 전시장 바닥에 새긴 무한대 기호, 더불어 뫼비우스의 띠 형태로 구현된 두 개의 나무 설치 작품으로 한국관을 관통할 예정이다.

'오도라마'는 향기를 뜻하는 '오도'(Odor)에 '드라마'의 '라마'(rama)를 결합한 단어다. 구정아는 후각과 시각의 공감각적 매체로 비가시적이지만 가시적인 지점을 양립하고, 그 경계 너머 열린 가능성을 제시하는 작업 실천을 이어간다. 이는 향을 통해 만남과 우연에 집중하며, 공간과 관람자 사이의 에너지 연결을 모티브로 삼는다.

한국관의 향기는 앞으로 확장할 한국인의 정의에 대해 고민해 보며 동시에 대한민국의 범주가 넓어지기를, 또 한국인으로 선뜻 포섭되지 않는 일군과도 교류가 이뤄지기를 고대한다.

향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비엔날레의 전체 주제인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Stranieri Ovunque - Foreigners Everywhere)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경계 없이 모든 곳에 산포, 이산하는 '향'의 속성은 어디를 가든, 어디에 있든 만나는 이방인의 존재를, 아울러 오픈 콜에 자유로이 참여한 대중의 존재 또한 반추하게 하기 때문이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는 4월 20일(이하 현지시간)부터 11월 24일(프리뷰: 4월 17일~19일)까지 베니스 자르디니 및 아르세날레 전시장 등에서 열린다. 한국관은 4월 17일 오전 11시에 국내 기자를, 낮 12시에 외신 기자들을 대상으로 프레스 오프닝을 진행한다.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