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 우리 시대, 우리 공간…이우성 '여기 앉아보세요'展
학고재서 9월13일까지
-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학고재는 오는 9월13일까지 이우성 작가의 개인전 '여기 앉아보세요'를 본관에서 개최한다.
이우성은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우리가 만나는 살아있는 사람, 함께 한 시간 및 사건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생각하고 '평범한 사람들'을 캔버스에 옮기는 작가이다.
역사적 위인과 특출난 재능을 가진 사람, 명문가의 일은 그의 관심 밖이다. 오로지 작가가 만나서 함께 현재를 살아 숨 쉬며, 울고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을 그린다.
대표작 '해질녘 노을빛과 친구들'(2023)은 우리나라 전통회화인 걸개그림의 형식을 빌린 작품이다. 작가는 사생화와 민화, 풍속화, 괘불, 걸개그림, 지난 세기 유행했던 극장의 간판 그림 형식을 종합적으로 차용한다.
작가는 그간 진행한 모든 전시회 제목과 작품 제목을 순우리말로 지었는데(이런 작가는 이우성이 거의 최초이다), 그만큼 우리 것, 우리 시대, 우리 공간에서 펼쳐지는 모든 일상과 사건을 중시한다.
이 작품은 작가와 13명의 친구, 그리고 그중 한 친구의 딸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 그림이다. 하루 중 가장 설레는 시간 해질녘, 담소가 기다리고, 술이 기다리고, 노래가 기다리고, 서로에 대한 격려가 기다리는 이때를 캔버스에 고스란히 옮겼다.
6m에 이르는 대작은 다른 작업을 하고 남은 캔버스 자투리를 바느질로 이어 붙인 대형 캔버스로 제작했다. 부분이 전체가 된 것이다. 부분은 전체에서 의미를 이루고, 전체는 부분의 의미 덕분에 존재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여기 앉아보세요'(2023)는 '여름 그림'이다. 수박 그림 연작인 이 작품은 먹기 좋게 정사면체로 떠낸 수박 과육과 차디차게 보이는 투명한 얼음, 그리고 사이다의 탄산 거품이 관람객의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어루만진다. 작가는 '여름노래'(섬머송)가 있듯 그림에도 '여름 그림'(섬머 페인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작품을 연출했다.
전시는 2018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동굴에서 발견된 4만년 전 동굴벽화의 손바닥 스텐실 그림에 감화되어 제작한 걸개그림 형식의 작품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로 시작한다.
스페인 알타미라와 프랑스 라스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울산 반구대는 시공간에서 차이가 나지만 하나로 통하는 보편성이 있다. 당시 사람들이 느꼈던 삶(일상)의 환희와 자연의 불가사의한 힘에 대한 예찬이 그것이다.
이우성은 옛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시공간의 역동성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아름다운 신호를 후대에 남기는 것이 회화의 본령이라고 강조한다.
이우성은 홍익대 회화과에서 학사, 한국종합예술학교 평면전공 전문사를 졸업하고 30세부터 우리나라 주요 미술관 및 레지던시, 해외 유수 공간에 초대받았다.
2018년 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에서 주목받으면서 한국현대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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