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미술의 조우…전남도립미술관 '시의 정원'展

이달 21일부터 6월4일까지

리밍웨이, 편지쓰기 프로젝트, 1998-현재, 나무 부스, 편지지, 편지봉투, 각 290x170x231cm 총 3점 (Photo Courtesy of Davis Museum Wellesley College, photo by Anita Kan)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전남도립미술관은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기념해 오는 21일부터 6월4일까지 '시의 정원'(Poetic Paradise)전을 개최한다고 17일 밝혔다.

전시는 사라진 말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작업하는 안유리의 영상 작업으로 문을 연다. 전남 해남 출신의 고정희 시인의 '프라하의 봄 7:85년의 C형을 묵상함'과 더불어 일본의 구리하라 사다코, 폴란드의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미국의 마야 안젤루의 시를 통해 작가는 역사적 사건 속에서 개인이 체험하고 목격한 바를 어떻게 기록으로 남겼는지를 보여주며, 개별적인 지역을 넘어 세계 역사의 아픔을 다루고 인류애적인 공감을 구한다.

이매리는 인류의 탄생, 인간의 삶과 죽음, 민족과 국가의 생성과 소멸에 관해 작업한다. 성경과 에즈라 파운드,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를 금분으로 써내려감으로써 문명과 인류에 의해 계속되는 장구한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남 강진 출신으로 목포대에서 수학한 이매리는 전남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영국 테이트모던, 프랑스의 퐁피두센터, 미국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에서 전시를 개최한 대만 작가 리밍웨이는 '소통'과 '관계 맺기'를 키워드로 작업하는 작가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전남 구례 출신 소설가 정지아와의 공동 작업을 공개한다.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로 널리 알려진 정지아는 리밍웨이와 함께 자신의 고향인 구례를 여행하며 작품 '더 투어리스트'(2023)에 참여했다. 이와 더불어 리밍웨이는 자신의 대표작인 '편지쓰기 프로젝트'(1998-현재)에 관객을 초대해 저마다 가지고 있는 그리움과 향수를 예술로 어루만지는 계기를 제공한다.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한 영화감독이자 미술작가인 임흥순은 전남 완도 출신 소설가 임철우의 '백년여관'에서 영감을 받은 동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여기에는 여순사건과 제주 4·3 사건 등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담겨 있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문학과 현대 미술이 만난 시도로서, 각 작품에는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고뇌, 사회 그리고 역사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며 "한 편의 시와 소설을 써 내려가듯 펼쳐낸 이 전시를 통해 관객 모두가 공감과 희망을 노래하기를, 그리하여 '시적 파라다이스'로 향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임흥순, 백년여관, 2023, 2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사진, 설치, 가변크기, 전남도립미술관 제작지원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