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도 우영우?…자폐 스펙트럼, 36개월 전부터 '이 징후'[생생 건강정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갈무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갈무리)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지난해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가 세상에 맞서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자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깼다는 점에서 찬사를 받았던바,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해 더욱 구체적으로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와 알아보도록 한다.

◇정서·비언어 소통·관계 유지 어렵다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자폐 스펙트럼 장애란 발달 장애의 일종으로, 가장 중요한 특성은 주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안에서 타인의 행동을 살피며 나의 행동을 집단 안에 어울리도록 바꾸어 나가는 기술이 일반적인 사람과 조금 다른 것을 말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크게 두 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 번째는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더 자세하게는 대화나 관심사, 정서 등을 상호적으로 주고받기가 어렵고 눈 맞춤·제스처·표정 등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이 힘들어 행간에 숨은 뜻을 파악하기 어려우며, 관계를 맺고 유지하기 어렵다. 이 세 가지 조건에 모두 해당하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진단한다.

두 번째는 관심사가 좁고 반복적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뭐든지 반복적이고, 변화를 싫어하고, 관심사가 굉장히 좁고 깊으며, 감각적인 것에 너무 예민하거나 둔감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 4가지 중 2가지 조건에 해당하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진단한다.

자폐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아동의 의사소통 능력이나 사회성 발달 단계, 연령, 아동이 갖고 있는 다른 능력과 일치하는지를 매우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유전 80%, 환경 요인 20%…父 40세 이상때 출생시 돌연변이 확률 ↑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발생에는 유전자가 약 80% 정도의 영향을 준다. 즉, 윗세대로부터 받은 유전자의 조합 또는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어떤 방식으로든 발생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족 구성원 중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으면 다른 구성원에게도 발생할 확률이 조금 높아진다. 출생 당시 아버지의 나이가 40세 이상으로 많으면 돌연변이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나머지 20%는 환경적 요인으로 설명한다.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이것이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 이 아이를 어떻게 양육했는지와 같은 환경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금 더 근본적인 생물학적인 환경, 예를 들어 임신했을 때 태내의 생물학적 환경 등이 영향을 미친다. 임신 중 흡연, 음주가 요인이 될 수 있고 약물 복용이나 감염 등이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갈무리)

◇36개월 이전 아동들에 나타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위험 징후

자폐는 18~24개월 무렵부터 진단이 가능하다. 아래는 주로 36개월 이전의 아동에게서 주의 깊게 봐야 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위험 징후들이다.

첫 번째, 가장 중요한 것은 눈 맞춤을 잘할 줄 모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과 소통할 때나 다른 사람의 접근에 반응할 때 모두 눈 맞춤을 사용한다. 아동이 대체로 보호자의 얼굴이나 눈 주변을 잘 쳐다보지 않는다면 사회성이 잘 발달하지 않고 있다는 징후일 수 있다.

두 번째, 이름을 부를 때 잘 돌아보지 않는 것이다. 이름을 불렀을 때 반응하지 않는 것은 매우 간단하지만 사회성 발달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징후일 수 있다.

세 번째, 매우 중요하지만 보호자들이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중 하나는 관심사를 다른 사람과 나누려는 시도를 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보통 18~24개월이 되면 좋아하는 것, 인상적인 것, 함께 하고 싶은 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같이 바라보고 싶어 한다. 이때 손으로 가리키거나, 들어서 보여주거나, 가져다 건네주기도 한다. 하지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24개월이 돼도 그런 행동을 잘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아이와 무엇인가를 함께 보고 싶어서 이런 행동을 할 때도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는 경우가 많다.

네 번째는 표정으로 대화하는 법을 모르는 것이다. 아주 어린 아기들도 타인이 기분 좋은 이야기를 하거나 알려주면 여기에 반응해 웃곤 하는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 아동이 당황스러운 상황에 처하면 가까운 보호자의 표정을 살펴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고, 거기에 따라 자기 행동을 결정한다. 이러한 행동을 잘하지 못하는 것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위험 징후일 수 있다.

그런데 모든 아이가 발달 중 어떤 시기에 이런 행동들을 보이므로, 이러한 면이 있다고 해서 모두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다른 놀이로 잘 전환되지 않거나 일상생활을 저해할 정도의 강한 특성이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전문가와 상의할 것을 권유한다.

이러한 증상들로 병원에 방문하면 의사는 아이의 특징적인 행동들에 대해 보호자로부터 자세히 듣고, 어떤 과정을 통해 발달해 왔는지도 정보를 수집한다. 아동을 직접 관찰하고, 필요한 경우 발달을 더 상세히 판단하기 위한 심리·발달 검사를 할 수도 있으며, MRI, 뇌파검사, 염색체 검사 등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완전한 치료 불가능…"가진 역량 충분히 키워줘야"

아직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완전히 치료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해 진단을 받은 사람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지 않은 사람으로 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아이들의 뇌는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게 발달해 나간다. 그 발달이 어디까지 이뤄질지는 미리 알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점점 발달해 나간다는 사실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치료 목표는 성인이 돼 스스로 독립적인 생활을 해 나가고, 어떤 형태이든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지고 있는 역량을 충분히 키워줘야 하고, 정신건강 문제와 같이 발달에 방해가 되는 요인들을 최대한 줄여줘야 한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님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잘 이해하고, 일상생활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의 70~80%에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ADHD 같은 부수적인 정신건강 문제를 함께 가지고 있다는 점은 특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이런 문제를 함께 갖고 있으면 학교를 포함해 일상생활에 적응하기 어렵고, 교육이나 치료의 효과가 충분히 드러나기 어려우며 장기적인 예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래서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이런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해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때로는 약물치료가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