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막남녀] 에로라기보다는 절절한 멜로, 영화 '은교'
</figure>[편집자주] 제대로 된 영화평, 열 알바 안 부럽다. 색다른 영화 리뷰 '은막남녀'는 누구보다 빠르게 영화를 보고 온 두 기자가 골방에 쳐박혀서 이야기를 나눈 기록이다. 평범한 수준의 영화 지식을 가진 두 남녀 기자의 거칠지만 솔직한 영화 이야기를 영상에 담았다.
(주의) 이 영상과 기사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음은 지난 18일 영화 '은교'의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두 기자가 회사 골방에서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내용이다.
-이후민(이하 얼요) :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을 말해달라.
-이상일(이하 군미) : 저는 사실 정지우 감독님을 너무 좋아해서. 기대를 많이 했다. 그분의 전작 '모던보이'와 시나리오를 썼던 '이끼'가 흥행이 잘 되지 않았다.
-얼요 : 그래도 영화 '이끼'는 잘 되지 않았나?
-군미 : 들인 제작비에 비해 거둬들인 수익이 적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얼요 : 영화 은교는 기대했던 것만큼 재미있었나?
-군미 : 원작 소설을 먼저 읽었는데 소설보다 영화를 더 잘 찍은 것 같다. 원작은 작가가 인터넷에 소설을 올렸는데, 인터넷 문화가 가진 피드백이 좋긴 하지만 노작가가 쓴 소설에 가벼움이 배어 있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영화는 소설이 두 시간으로 집약돼서 좋았다.
-얼요 :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 개그코드가 좋아서 혼자 피식피식 웃었다. 특히 '서지우'와 '이적요'가 러브샷을 하는 장면이라던가. 남자 둘이 집에서 러브샷을 하는건 좀 이상하지 않나.
-군미 : 정지우 감독이 묘한 개그코드가 있다. 영화 '사랑니'에서도 그런 개그코드가 있는데 약간의 퀴어코드를 떡밥처럼 던지는 경향이 있다.
-얼요 : 영화 예고편에서 널부러진 옷가지나 남녀가 껴안고 있는 모습이 나와서 야한 영화일 줄 알았다. 야한 장면을 딱히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에로라기보다는 절절한 멜로 같은 느낌이 들었고 '이적요'라는 캐릭터도 남성적으로 매력적이었다. 은교 역의 김고은이 덕을 볼 수 있을 작품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군미 : 나이 든 사람과 어린 사람의 멜로를 다루면서 감독이 터부시되는 것을 깨지 못하고 타협했다.
-얼요 : 젊은 여성들에게 박해일은 이상형이고 선망의 대상이다. 그래서 그런지 17세 고등학생과 노시인의 사랑이라고 해도 이질적인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다는 점이 더 이상했다.
-군미 : 박해일이 캐스팅 됐단 소식을 1년 전부터 들었는데 그때 친구들과 "너무 안일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나눴다. 이 영화에서조차 박해일은 '타협'인 셈이다.
-얼요 : 이순재나 최불암 등 장년층 배우가 '이적요' 역할을 맡았으면 어땠을 것 같나?
-군미 : 흥행을 생각하면 고민을 많이 했을거라 생각한다. 대중들에게 소화시켜야 했으니까 박해일이 적임자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들긴 한다.
-얼요 : 김고은의 캐스팅은 어땠나?
-군미 : 은교의 이미지를 보면서 다른 연결고리가 생각났다. 예를 들어 '올드보이'에서 유지태의 누나 역할로 나왔던 윤진서나, 영화 '시'에서 마지막에 자살하는 소녀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다. 은교랑 묘하게 겹치는 공통점이 발견됐다.
-얼요 : 어떤 점이 비슷했나?
-군미 : 남성들의 판타지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거다. 아마도 감독이나 영화 제작자는 늙은 남성들인데 그들의 초이스가 아무래도 비슷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얼요 : 영화 전체를 놓고 보면 안 그런데 '은교'와 '서지우'의 베드신이 쓸데없이 적나라했던 것 같다. 마치 야동 같이.
-군미 : 야한 거는 뉘앙스만 풍길 때 야한 건데, 치졸함. 자기 마음속의 여자였던 은교를 취한 제자의 자동차 바퀴를 펑크내고 자기 차의 부품을 빼는 처절함을 설명하는 감독의 선택이었다.
-얼요 : 언론시사회 이후 음모노출, 성기노출 등이 화제가 됐는데 영화에서 보였나? 첫장면에서 박해일이 옷을 벗은 장면에서는 주요 부위가 음영처리돼서 보이지 않았는데?
-군미 : 저는 안 보였고요. 그거 안 보이게 조명 감독님, 촬영 감독님 모여 앉아서 빛 끊고 가리고 했을거다. 아니면 후반에 가서도 그거 다 만질 수 있다.
-얼요 : 영화 시사회 전에 은교에 김무열 성기가 노출됐다는 글을 어떤 여성분이 인터넷에 올려서 화제가 됐다. 그래서 영화 보는 내내 그것만 확인했는데 아무리 매의 눈으로 봐도 못 봤다. 그 글을 쓴 여자가 눈이 좋거나 투시력을 가졌던 것 같다.
-군미 : 오늘 듣기로 이게 첫 상영이었다고 들었다. 영화를 미리 봤다는 걸로 봐서는 알바 아닌가?
-얼요 : 그러게. 그 여자는 뭐지?
-얼요 :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세 사람의 엉덩이밖에 기억에 안남는 느낌이다.
-군미 : 저는 좋게 잘 봤다.
-얼요 : 나도 좋게 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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