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명령으로 유대인들을 수용소에 보낸 자의 최후 [역사&오늘]

12월 15일, 아돌프 아이히만 교수형 판결

아돌프 아이히만. (출처: Unknown photographer, 사진(1941),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61년 12월 15일, 이스라엘 법정이 독일 나치 전범 오토 아돌프 아이히만에게 교수형을 선고했다. 아이히만은 수백만 명의 유대인 학살에 일조한 인물이다.

2차 세계대전 후 아이히만은 아르헨티나로 도망쳐 숨어 살았다. 하지만 1960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그의 위치를 파악해 적절한 시기에 기습적으로 그를 납치해 이스라엘로 압송됐다.

아이히만 재판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법정에서 아이히만은 자신은 유대인 학살을 계획하거나 명령한 것이 아니라 단지 상급자의 명령을 수행하기만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신은 개인적으로 유대인들을 증오하지 않았으며, 단지 국가의 명령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학살의 윤리적인 문제는 고려하지 않았고, 오로지 기술적인 문제에만 집중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이히만의 변명은 법정에서 통하지 않았다. 법원은 1년에 걸친 재판 끝에 아이히만에게 15가지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고 교수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아이히만이 단순히 명령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인간은 비록 명령을 받았다 하더라도, 비인간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거부할 수 있는 도덕적인 의무를 지녔다는 것이었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 재판을 참관하고, 아이히만이 악의적인 인물이라기보다는 평범한 사람이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악의 평범성'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아이히만의 변명을 뒷받침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아이히만과 같은 평범한 사람일수록 악행에 대한 책임을 더욱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아이히만은 1962년 6월 1일 교수형이 집행됐다. 아이히만의 재판은 악은 반드시 특별한 개인에게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특정한 상황과 체계 속에서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다. 또한 악은 개인의 선택인가, 아니면 시스템의 결과인가에 대한 논쟁도 불러일으켰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