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성 위원장이 직접 밝힌 돌연 사퇴 이유 "역할 다했다고 생각했어"

최종 후보 3인 선정하고 사임…"건강상 문제도 이유"
정몽규 "1순위 홍명보 감독을 거부했다고 오해한듯"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2024.9.24/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도용 문대현 기자 = 한국 축구대표팀의 신임 감독 선임 과정에서 돌연 사퇴했던 정해성 전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떠난 이유를 밝혔다.

정해성 전 위원장은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출석, "계속되는 감독 선임 과정 속에서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건강 문제로 정몽규 회장님께 보고 드리며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판단했다"라며 "가족들의 걱정도 그만둔 이유"라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고 새로운 전력강화위원회를 꾸리면서 정해성을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정 전 위원장은 첫 회의부터 국내외 구분 없이 다양한 지도자를 검토했다.

하지만 제시 마쉬, 헤수스 카사스 감독 등 일부 후보들과 협상이 결렬되면서 6월까지 새로운 사령탑을 선임하지 못했다.

이후 전력강화위원회는 홍명보, 거스 포옛, 다비드 바그너 감독을 최종 후보로 선정해 정몽규 회장에게 추천했다. 하지만 정해성 위원장은 돌연 사퇴하면서 많은 추측을 낳았다.

당시 상황에 대해 정몽규 회장은 "최종 후보 3인 중 홍명보 감독을 제외한 두 감독을 화상으로 면담했다는 답변을 듣고, 직접 만나서 3명을 공평하게 보고 추천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면서 "(정해성 전 위원장의) 사임 이야기를 듣고 통화하려고 했다. 홍명보 감독을 추천했는데, 내가 거부한 것처럼 받아들여 심적으로…"라고 말했다.

정해성 전 위원장은 "(정몽규 회장의 말이) 기분이 나빴다기 보다는 1~3순위로 후보를 정한 것은 가장 먼저 1순위를 접촉하고 결렬되면 차순위로 가려고 했던 것이다. 당시 홍명보 감독이 1순위, 바그너가 2순위, 포옛이 3순위였다"고 밝혔다.

정해성 전 위원장이 마지막으로 주최한 10차 회의에서 홍명보 감독과 바그너 감독이 7표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정 전 위원장은 "1순위를 안만나고 2~3순위로 감독이 결정되면 1순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가족들도 여기서 그만하자고 만류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 전 위원장님의 말은 이해가 가지만 (사퇴는) 무책임한 행동이었다. 대표팀 감독은 중요하니까 (대면 면접을) 했어야 했다"면서 "감정적으로 대화 과정에서 잘못되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그 자리에서 솔직하게 회장님과 대화를 나눴다면 이런 자리는 불필요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정해성 전 위원장 사퇴 후 긴급 이사회, 서면 결의라도 거쳐서 진행하면 되는데 급하게 전화 통화로 과정을 설명해 오해가 커진 것 같다. 마지막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에게 전권을 넘길 때는 절차를 밟았어야 한다. 앞으로 이런 일 일어나선 안 된다"고 협회와 정몽규 회장을 지적했다.

정몽규 회장은 "온 국민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에 관해서 잘못 했다고 지적하는 것 따끔히 받겠다. 다시는 이런 일로 국회에 출석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dyk060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