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MZ 열광·챌린지·신드롬 속 33일째 만에 '천만이 봄' [천만 특집]①

역대 31번째, 한국영화로는 22번째 '천만 클럽' 가입

'서울의 봄' 포스터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죽어가는 극장가를 심폐소생한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이 드디어 개봉 33일째 만인 24일 천만 돌파를 이뤄냈다. 영화 '범죄도시3'가 지난 7월1일 천만 돌파에 성공한 이후 6개월 만에 이뤄낸 값진 성과다. 최근 극장가는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작품이 극소수인 상황. 관객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던 극장은 '서울의 봄'의 성공으로 인해 다시 한 번 북적이게 됐다.

지난달 22일에 개봉한 '서울의 봄'은 '노량: 죽음의 바다'의 박스오피스 등판 전까지 무려 28일간 정상을 지켰다. 이는 올해 최장기간 박스오피스 1위 기록으로 '범죄도시3'(24일) '밀수'(14일) 등 올해 흥행작들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은 성적이다.

이 영화는 11월 개봉한 역대 한국 영화 중 최고 스코어도 세웠다. 이러한 기세에 힘입어 개봉 33일째 만에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성공, '천만 클럽'에 가입했다. 역대 31번째이자 한국영화로는 22번째이다.

정우성/뉴스1 DB ⓒ News1 이승현 기자

◇ 20·30 열광→'꼭 봐야 할 영화' 각인 통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다. 한국 영화 최초로 12·12 군사 반란을 그린 이 영화는 최근 극장가 트렌드라고 여겨졌던 프랜차이즈 영화나 오락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폭발력으로 흥행을 이뤄냈다. 영화 흥행의 가장 큰 요인은 결국 대중과 평단을 두루 만족시키는 완성도였다.

개봉 전부터 '서울의 봄'은 호평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반응을 얻었다. CGV골든에그 지수는 개봉 후 한 달이 넘은 현재도 99%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으며 네이버 영화 페이지 및 왓챠피디아 등 영화 사이트에 따르면 유명 평론가들도 "야만과 무능의 그 겨울밤에 대한 분노가 시종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펄펄 끓는다."(이동진) "검사의 봄에 되돌아보는, 뱀의 욕망이 낳은 탄식과 울분의 밤"(이용철) "권력이 영원할 줄 아는 사악한 바보들에게"(박평식) 등의 진지한 평과 함께 이 영화에 6점에서 7점대의 높은 평점을 매겼다.

최근 극장가는 '입소문의 힘'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스트리밍 사이트 등 대체재들의 부상과 티켓값 상승 등의 요인으로 인해 이전보다 극장에 발길이 뜸해진 관객들은 재밌다고 입소문이 난 작품들을 위주로 선택해 영화를 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2030 세대 사이에서 '꼭 봐야만 하는 영화'라고 각인이 된 작품들 중심으로 폭발적인 흥행이 이뤄진다는 것. 지난 8월 열린 CGV 영화산업 미디어 포럼에서도 이 같은 경향성은 한 차례 화두가 된 바 있다. 당시 조진호 CGV국내사업본부장에 따르면 이번 여름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은 20대 관객들의 NPS(Net Promotor Score, 고객추천지수)가 높고 2주차 관객 감소율이 낮은 작품들이었다. CGV 누리집에 따르면 '서울의 봄'의 연령별 예매 분포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30대(29.1%)이며 그다음이 20대(24.6%) 관객이다.

MZ세대라 불리는 20대, 30대 관객들의 입소문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은 온라인이다. 20대, 30대들의 활동이 잦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서울의 봄'과 관련한 다양한 반응과 게시물들을 확인할 수 있다. 화제가 됐던 '서울의 봄' 심박수 챌린지나 N차 관람 인증, '서울의 봄' 빌런 황정민이 실컷 당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인질' 재상영에 대한 반응과 그밖의 각종 '밈' 등이 온라인 상에서 시작됐다.

황재현 CGV 전략지원담당은 뉴스1에 "'서울의 봄'은 여전히 극장 주된 관객층인 20대, 30대의 호응이 있어야 흥행할 수 있다는 법칙을 입증해 주는 사례다, 코로나19 이후에 20대, 30대 관객이 극장을 찾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그런 우려를 불식시켜줬고, 가족과 연인이 함께 이야기하고 소통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로서 극장에서의 영화 관람이 확실히 중요하게 인식되는 하나의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요즘 영화들의 흥행은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대중의 반응이 한순간에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지점)가 있다, 넘을 수 있는 수위을 탁 넘어가야 관객들이 극장으로 온다"며 "'서울의 봄'은 이 포인트를 넘긴 작품이다, 앞으로 개봉할 작품들은 이 부분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 선을 넘도록 유인하는 방법은 뭔가, 작품의 극적 구성과 재미는 기본이고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오게 만들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분석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서울의 봄' 신드롬

'서울의 봄'에 대한 열광은 '신드롬급'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뜨겁다. 영화의 핵심 소재인 12.12 군사반란을 비롯해 관련된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화두에 올랐다. 일부 관객들은 '서울의 봄'과 연결될 수 있는 '남산의 부장들'이나 '그때 그 사람들' '화려한 휴가' '택시운전사' 등 현대사를 다룬 영화들을 정리해 보며 '현대사 공부'에 열을 올린다.

영화 속 바뀐 이름으로 등장한 실존 인물들의 삶도 재조명되고 있다. 이성민이 연기했던 정상호의 실존인물 정승화 참모총장, 정우성이 연기한 이태신의 실존 인물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 정만식이 연기한 공수혁의 실존 인물 정병주 특전사령부 사령관, 김성균이 연기한 김준엽의 실존 인물 김진기 헌병감과 정해인이 분한 오진호의 실존 인물 김오랑 소령 등 진압군 편에 있었던 실존 인물들이 겪었던 고초 많은 생애는 누리꾼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난 12.12 군사반란 44년째를 맞이하는 지난 12일에는 광주와 전남, 경남 김해 등에서 신군부 세력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정선엽 병장과 김오랑 중령의 추모행사가 열렸다. 추모행사는 매년 열려왔지만, 올해는 '서울의 봄'의 영향으로 참여인원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인에 대한 재조명도 이뤄졌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관련 자료 및 영상들과 함께 하나회 청산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고 업적으로 꼽는 게시물들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급기야 정치권에서도 '서울의 봄'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21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서울의 봄'을 들어 지금도 군사 반란이나 쿠데타가 불가능한지를 묻거나 정선엽 병장에 대한 추서 등에 대한 이슈를 언급하며 국방부를 압박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의 봄'이 정치와 사회 전반에 미치고 있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방증하는 일화다.

영화의 장르가 '역사극'이라는 점은 역시나 요즘 관객들에게 관심을 끌 수 있을 만한 요소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실제로 일어난 이야기, 역사적 사실을 다뤘다는 점이 요즘 관객들의 트렌드에 걸맞다고 평했다. 그는 "최근에는 역사극 자체가 관심을 많이 끌고 있다, 역사를 다루는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주목을 많이 받고 있고 그렇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이 작품들은 진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 강력한 힘이 됐다, 그리고 그것을 역사책처럼 다루지 않고 극적으로 구성해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의 봄' 같은 경우는 영화가 굉장히 밀도 있게 만들어졌다, 실제 역사를 가져와서 가상의 인물들로 이름으로 대치해 밀도 있는 구성으로 보여줬다, 시간이 훅 지나가는 느낌의 몰입감을 줬고 재밌는 요소들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