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형 따라 다르게"…부여 북나성, 견고한 성벽 위해 점토·숯도 사용

10개 구역 구분 '성토' 흔적 확인…문화재청 "백제의 우수한 토목기술 확인"

부여 북나성 성벽 안쪽(토축부) 성토 공정 구간 현황도. (문화재청 제공)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백제의 사비(부여) 도읍기(538~660) 핵심 유적인 부여 '나성'의 세부적인 축조 방식 파악에 도움을 줄 성토의 흔적이 확인됐다. 나성은 도성 보호를 위해 쌓은 외곽 성이다.

문화재청은 충남 부여군과 함께 나성의 북쪽(북나성)에서 확인된 약 60m의 성벽을 조사한 결과, 10개의 구역으로 구분된 '성토'(盛土)의 흔적(규모 3.5~18.3m)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성토는 주변의 흙을 이용해 일정 높이까지 쌓아 올린 다음 마감 높이에서 두들겨 일정한 성벽 형태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문화재청과 부여군은 북나성에서 부소산성(백제 마지막 도성)까지 이어지는 구간의 성벽 현황과 축조양상을 규명하기 위해 2021년부터 조사를 벌이고 있다.

부여군 쌍북리에 자리한 나성은 부여 시가지의 외곽을 둘러싼 길이 6.6㎞의 성곽이다. 2003년 시작된 발굴조사를 통해 성벽과 치(雉·성벽을 돌출시켜 적을 관찰하고 공격할 수 있는 시설물), 문지(門址·문이 있던 자리), 건물지 등이 확인돼 백제의 수도 사비도성의 경계와 방어체계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여 북나성 조사구역 전경. (문화재청 제공)

성벽 안쪽은 자연지형의 차이에 따라 각기 다른 성토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소산성의 보조산성인 청산성과 맞닿은 산 사면의 말단부는 기존의 기반층을 깎아내면석(탑의 기단 옆면을 막아낸 돌)과 뒤채움석(쌓여진 돌 구조물의 뒷면을 채우는 돌)을 쌓아 올렸다. 땅이 낮아 습한 평지는 석축부 단면이 사다리꼴이 되도록 조성한 후 안쪽을 향해 성토했다.

각 성토 구간은 중간에 돌을 넣어 측면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지했다. 흙을 볼록하게 쌓아 둑과 같은 역할을 한 곳도 있었다.

조사지역 중앙부 일대 전경. (문화재청 제공) )

또한 성벽 안쪽에서 암반 및 점토 덩어리, 목탄(숯), 목주(나무기둥)가 확인돼 그 당시 성벽을 견고히 하기 위한 기술과 재료가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문화재청은 "백제의 우수한 토목기술을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이날 오후 발굴 현장을 공개한다.

cho8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