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사비기, 무게 단위는 '主'였을까

부여문화재연구소, 동남리유적 출토 목간 글자 분석
관부 물자 출납 기록 및 새로운 무게 단위 단서 확인

부여 동남리유적 백제문화층에서 출토된 목간의 근적외선 초분광 촬영본.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제공)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올 봄 '동남리유적'에서 출토된 목간(木簡)에서 백제 행정 관부의 물자 출납과 관련된 기록이 확인됐다. 무게 단위와 관련한 새로운 단서도 드러났다. 목간은 문자를 기록하기 위한 목제품으로, 종이가 보편화되기 이전 널리 사용됐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지난 3~4월 충남 부여 동남리 (49-2번지) 공공주택 신축부지 내 유적 백제문화층에서 출토된 목간 5점에서 당시 공공기관의 물자 출납과 관련된 문자 기록 등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울산문화재연구원이 조사 중인 동남리유적은 현재까지 목간을 비롯해 도로, 건물지, 수혈, 수로, 우물 등 다양한 유구가 확인돼 백제 사비기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된다.

지난 4월부터 울산문화재연구원이 의뢰한 목간의 보존처리를 지원하고 있는 연구소는 수종 분석과 묵서흔 확인 등을 위해 적외선 및 근적외선 초분광 촬영을 실시했다.

수종분석 결과 목간은 벚나무류, 소나무류, 삼나무류에 속하는 나무를 가공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글자가 쓰여진 2점은 문서용 목간, 나머지 3점은 하찰(물품의 꼬리표 목간으로 상단에 끈을 묶을 수 있는 홈·구멍이 있음)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서용 '목간①'은 행정 관부의 출납을 담당하던 관리가 기록한 문서나 장부의 용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목간에서는 날짜(十二月十一日), 금(金), 중량(重)을 뜻하는 글자와 더불어 출납(內), 이동(보내는(送) 혹은 맞이하는(逆)으로 해석), 재고 상황(亡) 등으로 볼 수 있는 글자가 확인됐다.

또한 세로로 표기한 행간의 빈 공간에 이음표(丶)를 써서 문자를 거꾸로 써내려가는 흥미로운 사서방법도 나타났다.

동남리유전 목간 출토현황.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제공)

특히 무령왕릉 출토 유물인 다리작명 은제 팔찌에 새겨진 글자이자 기존에 백제의 무게단위로 알려져 있던 '주(主)'가 '목간①'에서 여러 번 등장하는 '중(重)'의 이체자(한자에서 모양은 다르지만 같은 글자로 취급되는 글자)로 사용됐을 가능성에 대한 연구자들의 의견이 제기되는 등 백제의 무게단위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단서도 나타났다.

문서용 '목간②'에서는 곡물 중 하나인 피(稗)와 함께 연령 등급(丁), 이동, 사람 이름, 용량 단위(斗) 등으로 볼 수 있는 글자가 확인돼 이 목간 역시 곡물의 출납과 관련된 기록으로 파악됐다. 피는 함안 성산산성 출토 목간에도 새겨진 글자라는 점에서 고대 중요한 곡물이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확인된 새로운 문자 자료는 백제 중앙의 행정상 복원과 더불어 도량형을 파악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한국목간학회와 함께 백제 문자 자료의 해석과 목간의 용도를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지속할 예정이다.

cho8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