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제의 먹거리 이야기] '행복한 달걀의 가격'

전호제 셰프. ⓒ News1
전호제 셰프. ⓒ News1

(서울=뉴스1) 전호제 셰프 = 요즘 같은 무더위에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가축들도 지치기 마련이다. 특히 작은 케이지에서 사육되는 닭들은 더위에 사료를 거부하고 물만 먹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럴 경우 산란율도 떨어지고 폐사하는 경우도 생긴다.

젊은 시절 닭장 청소 아르바이트를 했던 적이 있다. 캄캄한 초대형 케이지에서 닭들이 모여있었다. 한꺼번에 일으키는 날갯짓 소리와 먼지가 엄청났다. 첫날 오전 일을 마치고 점심을 주셨는데 달걀 프라이와 달걀 장조림이었다. 케이지 속 환경을 보니 달걀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그날로 양해를 드리고 바로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지금은 같은 케이지 사육이라도 사육환경은 스마트 농법으로 훨씬 나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닭장 케이지는 논란 중이다. 다만 소비자들은 닭장 환경에 따라 달걀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바로 냉장고에 있는 달걀 한 개를 가져다 살펴보았다. 달걀 껍데기에는 난각번호가 있다. 처음 숫자는 0721 이건 생산날짜로 7월 21일 생산했다는 의미이다. 그 뒤에 농장 코드가 있고 마지막으로 숫자 4가 케이지에서 사육되었다는 표시이다.

제주에서 일할 때 한 농장에서 직접 자연 방사란과 일반란 두 가지를 공급받았다. 모양과 포장이 같아도 위의 난각번호로 구분이 된다. 우리에게 공급해 주는 업체도 사육환경에 따라 각각 다른 달걀을 생산한다고 한다.

당시에 제주의 유기농 식재료로 브런치를 만들어 팔다 보니 달걀은 이렇게 1번 자연방사란으로 오믈렛과 펜케이크를 만들었다. 아이와 가족 단위 고객들에게 반응이 좋았다.

브런치 외의 메뉴와 디저트는 4번 케이지 달걀을 사용했다. 자연방사란의 가격은 일반란의 2.5배 정도였다. 당시 브런치의 식재료 단가는 꽤 높아져서 판매단가 대비 재료비 비중이 30%를 넘었다.

미국에 있을 때 자연방목 닭들의 환경을 본 적이 있다. 닭들은 넓은 초원에서 방목하고 중간중간 닭의 산란을 위한 나무 우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닭들이 품고 있는 달걀을 바구니에 담았다. 확 트인 이곳 농장을 보니 케이지의 닭들과 비교가 되었다.

부러움과 동시에 과연 이곳에서 생산된 달걀의 가격은 얼마나 될까 하는 물음표도 가슴에 담게 되었다. 이 농장은 뉴욕 시내에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곳에서는 유기농 식재료로 파인다이닝을 운영한다.

달걀 가격은 우리 물가와 굉장히 밀접하다. 우리나라 1인당 달걀 소비량은 연간 282개에 달한다. 거의 하루 1개 정도다. 요즘같이 물가가 오르는 시기에 달걀 가격은 특히 영향이 크다.

지금은 직장인 거리에서 일하다 보니 하루 점심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요즘 내가 먹는 제과점 달걀샌드위치는 7500원 정도면 먹을 수 있다. 편의점에서는 그보다 낮은 3500원이면 가능하다.

제주에서 쓰던 같은 유기농 달걀은 서울에서 당일배송으로 구입할 수 있다. 개당 가격은 1500원 정도인데 일반 달걀이 개당 250원이니 6배 정도 차이가 난다.

소비자들은 낮은 가격을 원해 음식을 만들어 파는 입장에서 가격 인상은 최후의 선택이다.

행복한 달걀을 만들 수 있지만 그 가격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우리는 얼마까지 지불할 수 있을까? 나와 닭의 행복을 위한 선택이 필요한 때일지도 모른다.

shef73@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