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제의 먹거리 이야기] '달지 않는 편안함을 주는 히카마'

전호제 셰프. ⓒ News1
전호제 셰프. ⓒ News1

(서울=뉴스1) 전호제 셰프 = 더위가 빨리 찾아왔다. 여기에 과일 가격이 많이 오르자 일하는 종종 먹는 간식으로 부담이 되었다. 어느 날 주방에서 일하는 시현이 고향 베트남에서 먹는 야채라면서 히카마를 썰어주었다.

히카마는 껍질을 벗겨 썰면 모양은 배와 비슷하다. 첫맛은 단맛이 덜한 배와 매콤함이 빠진 무와 비슷했다. 끝맛은 은은한 단맛이 입안에 퍼진다. 냉장고에 넣었다가 먹으면 시원한 물을 한 모금 마시는 듯 갈증이 해소되는 것 같다.

이 작물은 원래 다음 세대 기후변화를 대비한 시범작물로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면서 점점 재배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토양의 온도가 20도 정도 되어야 잘 발아하며 국내산은 5월에 심어 10월 정도에 수확한다.

영양성분으로는 식이섬유 함유량이 많아 변비가 있는 분들에게 효과가 좋다. 당수치 때문에 과일 섭취에 고민이 된다면 히카마를 과일 대신 삼아 드시는 건 어떨까 싶다. 당뇨가 있는 분들에게는 천연 이눌린이 함유되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조직이 아삭하면서도 단단하지 않아 이가 약한 분들도 씹어먹기 좋다.

미국에서는 옥수수 토르티야 대신에 히카마를 얇게 썰어 타코를 싸서 먹기도 한다. 마치 우리나라의 무쌈절임 같은 모양새이긴 한데 식초물에 절이지 않고 생으로 먹는 방식이다.

히카마를 주서기로 즙을 내어 마시는 것도 좋다. 취향에 따라 레몬이나 파인애플을 섞어 함께 즙을 내면 더욱 마시기 좋다.

베트남에서는 양념 소금에 찍어서 먹지만 멕시코에서는 타진(tajin)이라는 시즈닝이 있다. 일단 히카마를 손가락 굵기로 썰고 라임을 짜서 뿌려주고 타진을 고루 첨가해 준다. 여기에 차모이(Chamoy)라는 단맛, 짠맛, 신맛이 나는 과일전용 소스를 살짝 곁들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2주일 정도 히카마를 구입하여 먹고 주변 이웃에게 권해드렸다. 드신 분들은 대부분 만족하셨는데 맛이 맹맹하다는 분들도 계셨다. 대부분 생으로 먹거나 샐러드의 재료로 이용하셨다.

베트남 지인에게 물어보니 히카마를 감자처럼 볶아 먹거나 물기를 제거하고 베트남 만두의 속 재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음식 외에 히카마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피부미백 효과가 있어서 얇게 저민 후 얼굴에 붙여주면 좋다고 한다. 즙을 내고 얼굴에 살짝 발라주었다가 물로 씻어주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재배가 되지만 아직은 가격이 수입산에 비해서는 비싼 편이다. 베트남에서는 기후가 따뜻하여 연중 재배가 가능해 가격이나 품질에서 장점이 있다.

보관 방법은 선선한 곳에 신문지로 감싸서 햇빛을 피하는 것을 권한다. 보통 히카마 배송을 받으면 깨지거나 검은색으로 상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부서지거나 약간 상처가 생긴 것이 있다면 먼저 골라내는 것이 좋다.

수확하여 얼마 안 되는 히카마는 처음에는 맹맹한 맛만 있다가 숙성되면서 단맛이 조금씩 강해진다. 또 껍질을 벗겨서 자른 후에 냉장고에 넣어 두고 조금씩 꺼내 먹으면 한결 맛이 난다.

과일도 재배 기술의 발달인지 당도가 점점 높아만 간다. 너무 단 과일이 부담되는 분들도 계실 것 같다. 과일의 영양소를 갖추면서 달지 않은 히카마로 건강과 더위를 한 번에 잡아 보는 건 어떨까.

멕시코 감자 또는 얌빈이라고 불리는 히카마는 당뇨와 고혈압, 피부미용, 변비 등 다이어트에 뛰어난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함양군청 제공) 2015.10.15/뉴스1 ⓒ News1 장인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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