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 고선박 꼭 찾아낼 겁니다"…바닷속에서 유물을 캐는 사람들

전북 군산 고군산군도 내 선유도 인근서 2021년부터 발굴 계속
고대부터 근대까지 청자·백자·토기 등 시대별 유물 발굴…기대감↑

전북 군산 선유도 인근 해상에 떠있는 수중발굴 바지선. 국가유산청 제공.
군산 선유도 인근 해상서 발굴된 길이 약 1.5m 닻가지 추정 유물. 국가유산청 제공.

(군산=뉴스1) 김일창 기자 = 고대부터 해상무역이 활발했던 서해에는 몇 척의 난파선이 잠들어 있을까. 그 난파선과 난파선이 품었던 유물을 찾아 한달 20일 이상을 배 위와 바닷속에서 보내는 이들이 있다.

26일 오전 전라북도 군산시 고군산군도 내 선유도 해상 앞. 약 17제곱미터 크기의 바지선이 잔잔한 바다 위에 떠 있다. 이곳은 지난 2020년 12월, 한 잠수사가 바닷속에서 발견한 도자기와 선체편을 국가에 신고하면서 이듬해인 2021년부터 지금까지 수중발굴이 이뤄지는 곳이다.

수중발굴에 열중인 사람들은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수중발굴과 소속 공무원들과 6명의 민간잠수사이다. 전국에서 수중유물을 발굴할 수 있는 팀은 민관을 통틀어 수중발굴과가 유일하다. 이들이 한국 수중유물발굴사를 써 내려가는 셈이다.

바지선에서 만난 정헌 학예연구사는 "과 정원이 30여 명이고 이 가운데 20여 명이 지금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며 "열흘을 바다 위에서 보내고, 닷새는 본부가 있는 목포에 가서 일한다. 이렇게 10월까지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들은 실제 바지선 근처에 있는 누리안호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점심도 보트를 타고 누리안호로 이동해 먹고 돌아온다.

민간잠수사 김태연 씨(46)는 2017년부터 매년 수중유물과와 계약을 맺고 유물을 발굴하고 있다. 2021년 이곳에서 청자 다발을 발견한 주인공이 바로 김씨다. 이날은 수심 4~5m에서 선박의 닻가지로 추정되는 1.5m 목재를 들어 올렸다.

발굴은 김 씨가 청자다발을 발견한 지점을 중심으로 남북 각 50m씩 총 100m, 다시 좌우로 1m 간격으로 남북으로 100m 선을 긋고 그 안에 1㎡의 칸을 만든다. 그러고는 하나의 칸을 손으로 직접 헤쳐가며 유물을 찾는다. 발굴이 완료된 칸은 표시를 해두고 다음 칸으로 이동한다.

20㎏의 무게추와 10㎏의 산소통, 마이크와 카메라가 달린 800만 원짜리 밴드마스크를 머리에 쓴 잠수사들은 바다에 들어가면 약 50분 간 유물을 찾아 헤맨다. 현재 이곳에는 매일 8명의 잠수사가 2인 1조로 번갈아 가며 바다로 뛰어든다.

정헌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수중발굴과 학예연구사가 바닷속 잠수사와 교신하는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에 사는 김 씨는 발굴시기인 4월부터 10월까지 이곳에서 생활한다. 발굴을 마치고 바지선에 올라 기자들과 만난 김 씨는 쉽지 않은 일을 택한 이유에 대해 "유물을 찾음으로써 역사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한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잠수 경력 20년차인데 제가 제일 잘하는 것과 발굴이 결합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2021년의 청자 다발 발견은 이곳이 서해 항로의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역사의 기록을 더욱 단단하게 했다.

발굴팀의 희망은 바닷속 어딘가에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선박의 발견이다.

고선박이 매장됐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근거는 충분하다. 첫 발굴이 시작된 2021년 81점의 청자발과 접시가 다발로 발견됐을 당시 유물들의 상태는 포개진 선적 화물형태였다. 또 난파될 당시 유실된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로 만든 닻과 노, 닻돌 등 선박에서 사용하는 여러 점의 선구(船具)가 발견됐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중국 남송대 제작된 백자비문접시, 청자사이호 등이 확인됐는데, 이를 토대로 난파선이 중국 고선박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곳에서는 지난 3년간 청동기시대 마제석검편을 비롯해 삼국시대 토기, 후백제시대 기와, 고려청자, 분청사기, 백자, 도기, 근대 옹기 등이 발굴됐다. 특히, 간돌검은 수중발굴조사에서 처음 발굴된 유물이었다. 슷돌로 추정되는 석재의 경우도 100점이 무더기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이렇게 여러 시대의 유물들이 한곳에서 발굴됐다는 것은 이곳이 그만큼 중국 등과의 무역에서 중요한 곳이었음을 증명한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지난 3년의 조사는 전체 조사 대상 면적 23만 5000㎡의 약 1.2%에 해당하며, 탐침조사 구간을 합해도 약 3%에 불과하다.

이규훈 수중발굴과장은 "이곳의 특징은 지금까지 폭넓은 시기에 걸쳐 다양한 유물이 나왔다는 것"이라며 "육상이랑 달리 수중에서는 시야가 제한되는 등 많은 애로사항이 있어 발굴에 제약이 많지만 바닷속 어딘가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선박을 꼭 발견하고 싶다"고 말했다.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