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록유산'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 110년만에 '귀향'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강원도 평창군에 들어서…12일 정식 개관
실록 원본 상시로 직접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의궤 원본도 전시

오대산사고본 성종실록, 조선(1606년), 국보,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문화재청 제공.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2000년대 일본에서 돌아온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왕조의궤의 오대산사고본 원본이 반출 110년만에 원래 있던 곳인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오대산으로 돌아온다.

문화재청은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에 실록과 의궤를 보관·전시하기로 하고, 오는 11일 오후 2시 개관식을 시작으로 12일 정식 개관한다고 9일 밝혔다.

조선시대 지방 외사고 중 하나인 오대산사고에 보관 중이던 실록과 의궤는 일제강점기인 1913년 실록 전량과 의궤 일부가 일본으로 반출됐다.

실록의 경우 전체가 동경제국대학으로 반출됐는데, 1923년 9월 관동대지진으로 대부분 소실됐다. 10여년 후인 1932년 5월 남아있는 실록 오대산사고본 중 일부 27책이 경성제국대학교로 반환됐다. 1973년 국보로 지정된 오대산사고본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민간과 불교계, 정부는 지속적인 반환 노력 끝에 2006년(도쿄대, 서울대에 47책 반환)과 2017년(일본에서 1책 추가 매입 환수) 실록을, 2011년에 의궤를 국내로 환수했다. 현재 오대산사고본 실록은 75책, 환수된 의궤는 82책이 전해진다.

실록과 의궤는 국내로 환수된 후 줄곧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되어 오다가 원소장처인 오대산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지역의 오랜 염원에 따라 문화재청이 오대산에 설립한 실록박물관에서 소장, 관리하게 됐다.

박물관 건물은 기존 월정사 성보박물관에서 운영했던 왕조·실록의궤박물관을 새로 단장해 사용한다.

12일 개관하는 실록박물관은 실록의 원본을 상시로 직접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으로, 실록과 함께 오대산사고본 의궤 원본도 전시된다.

오대산사고본 중종실록, 조선(1606년), 국보,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문화재청 제공.

우선 개관하는 공간은 상설전시실로 총 세 부분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1부 '깊은 산속에 품은 조선왕조의 역사, 오대산사고'에서는 조선왕실의 기록물 생산과 보관, 외사고의 역사, 오대산사고의 입지와 운영에 관한 내용을 소개한다.

2부 '조선왕조실록, 역사를 지키다'에서는 태조부터 철종대까지의 472년간의 기록인 실록의 편찬과정을 오대산사고본 △성종실록 △중종실록 △선조실록 △효종실록과 함께 살펴본다.

이 가운데 '성종실록'과 '중종실록'은 최종 교정쇄본을 정본 대신 봉안한 유일한 사례로, 이를 비교해 볼 수 있도록 서울대 규장각한국한연구원 소장의 정족산사고본 정본을 함께 전시해 조선시대 실록편찬의 중간 과정과 교정부호 체계도 확인할 수 있다.

3부 '조선왕조의궤, 왕조의 모범을 보이다'는 조선왕조의 행사 보고서인 조선왕조의궤의 편찬과 분상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한다.

의궤에 찍었던 인장인 '유서지보'(諭書之寶)와 활자본 의궤의 도설을 찍어낸 '연화대무의궤도설판'(蓮花臺舞儀軌圖說版) 등을 오대산사고본 '[영조]묘호도감의궤'([英祖]廟號圖鑑儀軌), '보인소의궤'(寶印所儀軌), '경운궁중건도감의궤'(慶運宮重建圖鑑儀軌) 등과 함께 살펴본다.

또 오대산사고본 '철종국장도감의궤'(哲宗國葬都監儀軌), '대례의궤'(大禮儀軌)를 관련 유물과 함께 전시해 태조와 철종, 고종이 조선의 왕으로서 겪은 삶의 순간을 소개한다.

개관식 하루 전인 10일에는 실록과 의궤를 오대산으로 옮기는 이운행렬 재연행사와 축하 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개관식이 열리는 11일에는 고유제 등 풍성한 행사가 펼쳐지며, 개관일인 12일에는 실록박물관을 방문하는 관람객 100명에게 선착순으로 소정의 기념품을 증정한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매주 화요일은 휴관일이다.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전경. 문화재청 제공.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