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전 선비들의 한강 뱃놀이 그린 '독서당계회도' 보물됐다

문화재청, '안성 청룡사 금동관음보살좌상' 등 4건 보물 지정

'독서당계회도' 확대 모습. (문화재청 제공)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약 500년 전 서울 성동구 옥수동 일대 한강에서 선비들이 뱃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그린 '독서당계회도'(讀書堂契會圖)가 보물이 됐다.

문화재청은 '독서당계회도'를 비롯해 '안성 청룡사 금동관음보살좌상', '이항복 해서 천자문', '수능엄경의해 권9~15' 등 고려시대 불상과 전적문화재 총 4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고 28일 밝혔다.

독서당계회도는 조선시대 관료들이 '독서당'(讀書堂)에 모인 모습(계회·契會)을 표현한 것으로, 한강 '두모포'(豆毛浦·지금의 옥수동 한강변) 일대의 풍경 묘사가 돋보인다.

조선 중종(재위 1506~1544년) 대에는 젊고 유능한 문신을 선발해 휴가를 주고 공무 대신 학문에 전념하게 한 '사가독서'(賜暇讀書)라는 인재 양성책이 있었는데, 집 대신 학문을 연구하도록 만든 장소가 바로 독서당이었다.

그림 하단에는 참석자 12인의 호와 이름, 본관, 생년, 사가독서한 시기, 과거 급제 연도, 계회 당시의 품계와 관직 등이 기재돼 있다. 조선왕조실록과 옛 문헌 등을 통해 인물 정보를 확인한 결과 모임은 중종 26년인 1531년 열렸으며, 그림 역시 당시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독서당계회도'. (문화재청 제공)

계회는 독서당이 바라보이는 한강에서 관복을 입은 참석자들이 흥겨운 뱃놀이를 하는 모습으로 표현됐다. 선비들이 탄 배 옆으로는 술 항아리를 실은 일종의 보급선도 보인다. 이 계회도는 지난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미국에서 환수한 것이다.

문화재청은 "보물로 지정된 계회도와 비교하면 제작 시기는 두 번째로 빠른데, 상단 표제·중단 그림·하단 형태 등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계회도의 전형(典型)이 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조선 초기에 성행한 관념산수화와는 다르게 한강 주변의 풍경을 그린 실경산수화라는 점 등에서 역사적, 미술사적 가치가 높다.

'안성 청룡사 금동관음보살좌상' (문화재청 제공)

'안성 청룡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은 고려 후기(14세기)에 제작된 보살상이다. 고려 후기 전통 양식을 갖추면서도 다소 좁고 왜소한 어깨, 긴 허리, 높은 무릎 등 조선 전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불상 양식을 보여주는 귀중한 연구자료다.

아울러 조선 중기 문신인 이항복(1556~1618)이 손자 이시중(1602~1657)의 교육을 위해 1607년 직접 쓴 '이항복 해서 천자문'과 조선 세조 8년인 1462년 간행된 불경인 '수능엄경의해 권9~15'도 보물이 됐다.

이항복의 해서 천자문 끝에는 "정미년(1607년) 이른 여름(음력 4월) 손자 이시중에게 써 준다. 오십 노인이 땀을 뿌리고 고생을 참으며 썼으니 골짜기에 던져서 이 뜻을 저버리지 마라"고 적혀 있어 이항복이 후손 교육에 쏟은 관심과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수능엄경의해 권9~15'. (문화재청 제공)
'이항복 해서 천자문'. (문화재청 제공)

cho8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