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전 선비들의 한강 뱃놀이 모습 담은 '독서계회도' 보물 된다
"계회도 전형이 되는 작품"…문화재청, 총 4건 보물 지정 예고
이항복이 손자 위해 쓴 천자문 등 포함
- 조재현 기자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약 500년 전 서울 성동구 옥수동 일대 한강에서 선비들이 뱃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그린 '독서당계회도'(讀書堂契會圖)가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독서당계회도'를 비롯해 '안성 청룡사 금동관음보살좌상', '이항복 해서 천자문', '수능엄경의해 권9~15' 등 고려시대 불상과 전적문화재 총 4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13일 밝혔다.
독서당계회도는 조선시대 관료들이 '독서당'(讀書堂)에 모인 모습(계회·契會)을 표현한 것으로, 한강 '두모포'(豆毛浦·지금의 옥수동 한강변) 일대의 풍경 묘사가 돋보인다.
조선 중종(재위 1506~1544년) 대에는 젊고 유능한 문신을 선발해 휴가를 주고 공무 대신 학문에 전념하게 한 '사가독서'(賜暇讀書)라는 인재 양성책이 있었는데, 집 대신 학문을 연구하도록 만든 장소가 바로 독서당이었다.
그림 하단에는 참석자 12인의 호와 이름, 본관, 생년, 사가독서한 시기, 과거 급제 연도, 계회 당시의 품계와 관직 등이 기재돼 있다. 조선왕조실록과 옛 문헌 등을 통해 인물 정보를 확인한 결과 모임은 중종 26년인 1531년 열렸으며, 그림 역시 당시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계회는 독서당이 바라보이는 한강에서 관복을 입은 참석자들이 흥겨운 뱃놀이를 하는 모습으로 표현됐다. 선비들이 탄 배 옆으로는 술 항아리를 실은 일종의 보급선도 보인다.
이 계회도는 지난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미국에서 환수한 것이다. 현재 보물로 지정된 계회도 12점과 비교하면 제작 시기는 두 번째로 빠른데, 상단 표제·중단 그림·하단 형태 등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계회도의 전형(典型)이 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또 조선 초기에 성행한 관념산수화와는 다르게 한강 주변의 풍경을 그린 실경산수화라는 점 등에서 역사적, 미술사적 가치가 높다.
'안성 청룡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은 고려 후기(14세기)에 제작된 보살상이다. 고려 후기 전통 양식을 갖추면서도 다소 좁고 왜소한 어깨, 긴 허리, 높은 무릎 등 조선 전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불상 양식을 보여주는 귀중한 연구자료다.
아울러 조선 중기 문신인 이항복(1556~1618)이 손자 이시중(1602~1657)의 교육을 위해 1607년 직접 쓴 '이항복 해서 천자문'과 조선 세조 8년인 1462년 간행된 불경인 '수능엄경의해 권9~15'도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30일간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물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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