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지적에 윤범모 국현 관장 "채찍과 격려로 알겠다"…적극 해명도(종합)
문체부, 국립현대미술관 특정감사 통해 위법·부당 업무 처리 16건 적발
文정부 임명돼 정권 말기 임기 연장…감사 결과 반박 '직 유지' 간접 피력
-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은 10일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립현대미술관 특정감사 결과에 대해 "열심히 하라는 채찍과 격려로 알겠다"고 말했다.
윤 관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2023년 전시 라인업' 기자간담회에서 "감사 지적을 당해서 안타깝다"며 "이 감사 내용은 언론을 보고 결과가 있다는 것을 알 정도로 제가 아직 숙지를 못했다"고 말했다.
윤 관장은 이어 "각 부서도 (아직 감사 결과 내용을) 숙지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내용을 숙지해서 미술관 운영에 큰 자산으로 삼고 혁신안을 만드는 데 좋은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문체부 감사 결과에 대한 질의가 집중했다.
윤 관장은 '감사 내용 자체를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말하는 데 문체부에서 산하기관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하고 언론에 이런 식으로 공개하는 건 드문 경우다, 문체부의 의도는 뭐라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감사 의도를 몰라서 (기자가) 대신 알려줬으면 한다"고 답했다.
2019년 취임한 윤 관장은 문재인정부 말기인 지난해 2월25일 재임명됐다. 임기는 2025년까지다.
그러면서 윤 관장은 감사 결과를 적극적으로 해명 및 반박했다. 먼저 일반구입 수집 작품의 제안권자를 50인 이내의 외부전문가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2020년 세부지침을 제정하면서 2021년부터 11명으로 대폭 축소 운영한 것에 대해 "작품 추천이 쉽지 않다"며 "작가와 작품에 대해 연구해야 하고 우리 미술관이 소장한 것인지, 없다면 왜 필요한지 등을 다 기술해야 해서 추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전문가 풀 50명이 다 있더라도 20명 이상이 작품을 추천하기 쉽지 않다"며 "더구나 코로나 기간에 작가와 면담이나 현장 조사도 쉽지가 않아서, 실질적으로 추천하는 전문가 중심으로 가자고 해 그렇게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윤 관장은 "전문가 몇 명이 있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매 구입 시에는 명확한 근거 없이 학예직 7~8명에게만 메신저 등을 통해 안내가 이뤄진 점에 대해 윤 관장은 "가치평가위원회는 미술시장 종사자로 꾸리는데 평가액을 어렵게, 빡빡하게 평가하는 편"이라며 "어떤 작품은 50% 깎기도 한다, 작가가 꼭 받아야할 금액이 100이라면 엇비슷하게 가격을 말해야 매매가 성립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사 결과 보도를 보니) 가격심의위에서 평가액보다 5000만원을 더 증액해서 했다고 하는데 그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해당 작품이 워낙 가격 차이가 커서 구매하지도 않았는데 왜 5000만원을 증액해서 구입했다고 기사가 났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문체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은 테레시타 페르난데즈의 '어두운 땅(우주)' 등 7점의 작품을 가치평가위의 저평가에도 불구하고 최고 5000만원까지 상향 조정하고, 미야지마 타츠오의 '카운터 갭'은 고평가에도 불구하고 1000만원을 하향조정했다.
백남준 작가의 작품 '다다익선'과 관련해서는 "수리진행중이란 표현이 정확하다"고 했다. 문체부는 감사 결과 이 작품이 부서 간 업무 비협조로 전시계획이 수립되지 않고 일부 부품은 고장인 상태로 전시돼 있다고 지적했다.
윤 관장은 "2019년에 미술관에 오니 (이 작품의) 불이 꺼져 있었고 1년 동안 어떻게 하면 좋을지 논의했다"며 "원형 보존과 새 기술 도입, 그리고 철거 세 가지를 놓고 논의했고 이 모든 것이 다 가능한 대안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원형보존은 아시다시피 작품에 쓰인 모니터가 오래돼 단종돼 구할 수가 없었다"며 "그 당시 이 작품은 미술관 소장 작품이 아니라 시설물이었다. 용도가 다하면 철거해도 됐기 때문에 철거론도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원형을 보존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고 결정했지만 (작품에 쓰인 똑같은) 소형 모니터는 도저히 구할 수가 없어 새기술을 받아들이자고 해서 단종된 구형 모니터를 확보했다"며 "문제는 이마저도 중고품이라 수명을 단정할 수가 없었고 실제 재가동 하는 날에도 한 모니터의 불이 나가버렸다"고 덧붙였다.
윤 관장은 "작품에 쓰인 모니터의 불 꺼짐에 늘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시설물이다 보니 소장부서가 바뀌게 되면 인력과 그에 따른 예산 등을 조정하고 그런 기간이었다. 걱정 안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윤 관장은 이외에도 미술관 내 갑질 문제와 관련해 "참 불행한 일인데 그런 단어가 없는 직장, 미술관에 방점을 두고자 한다"고, 수 개월째 공석인 학예실장 임명과 관련해서는 "공모로 진행되고 있어 관장의 의지나 의사로 개입할 수 없다. 행정상 다음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전날인 9일 국립현대미술관 특정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16건의 위법·부당 업무 처리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윤 관장이 기관장으로서의 직무를 소홀히 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했다.
문체부는 위법·부당 업무 처리 16건에 대해 국고환수(시정) 및 경고·주의를 요구하거나 합리적 개선방안을 마련토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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