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연구소' 백원근, "도서정가제, 고래·새우 '공존' 위한 제도"

김영사와 창비, 해냄사, 돌베개, 마음산책 등 출판사 10여 곳은 최근 추진되고 있는 도서정가제 강화에 반대 입장을 보인 알라딘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출판사와 온라인 서점과의 이같은 갈등에 백원근 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도서정가제는 공존을 위한 제도"라고 밝혔다.

백 연구원은 24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도서정가제는 고래와 새우가 함께 숨쉬는 바다, 즉 대형서점과 소형 서점의 공존을 위한 제도"라며 "도서자유가격제는 소수의 승자 독식 구조를 만들 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여 년간 도서정가제 논란이 이어져오는 동안 당사자인 출판사들은 어찌보면 방관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며 "출판사는 사실 유통경로에 변화가 있더라도 매출이 확보되면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백 연구원은 "그러나 최근 오프라인 서점의 시장 퇴출을 시작으로 출판계 전반에 불황이 닥쳐오기 시작했다"며 "출판계의 5년 후 미래를 그릴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자 출판사들이 행동을 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출판사들의 거래정지 조치는 담합이라기 보다 날이 추우면 자연스레 두꺼운 외투를 입 듯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백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독자들은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면 책값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정가제가 시행되면 기존 책의 거품가격이 빠져 오히려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고 강조하는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가격정가제 논란'에 대해 밥그릇 싸움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백 연구원은 또 "도서정가제를 통해 독자들은 다양한 책을 다양한 경로로 접할 수 있다"며 "국민의 '독서권'을 지키는 도서정가제는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도서정가제를 시행하지 않으면 출판계는 더욱 시장경쟁에 몰두해 팔리는 책을 주력으로 출간하게 된다"며 "위험부담을 안고 책을 출간하려는 시도가 점차 줄어 책 출간을 줄이려는 경향이 더욱 팽배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 연구원은 "한국처럼 출판 시장의 규모가 작고 해외 수출의 여지가 없는 환경에서는 출판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더욱이 도서정가제가 필요하다"며 "독일과 프랑스 등 비영어권의 선진국은 도서 정가제를 특별법으로 인정해 이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