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니 인생은 무승부…여자의 권력, 음식에서 나오더라"
[신간] '오늘, 아내가 사라졌다'
- 정수영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이 책은 전국 방방곡곡을 발로 뛰며 만난 필부필부 인생사를 글감 삼아 30년 경력의 여성 언론인이 쓴 '생활 병법서'다. 저자가 한 일간지에 '줌마병법'이라는 제목으로 써 내려간 칼럼을 모았다.
이 연재 칼럼은 "콩트라는 형식과 일상적인 소재를 가지고 자신만의 장르를 구축해 풍자 저널리즘의 새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저자는 이 칼럼으로 올해 제41회 최은희여기자상을 받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줌마'는 대부분 '오지랖 넓고 통 큰 여자'들. 남대문 골목에서 칼국숫집을 운영하며 일흔까지는 국수 말게 해 달라고 매일 밤 기도하는 순례 씨, '전라도 말 징허게 쓰는' 무교동 횟집의 명물 김 전무 등 저자는 대한민국 '줌마'들의 인생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전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이야말로 '무명의 현자(賢者)'다. 예컨대 자신을 '1939년생 독거 할머니'라고 밝힌 한 여성은, "살아보니 인생은 무승부"라며 "부자나 가난한 이나 향할 곳은 오직 한 군데이고,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이더군요"라고 인생 교훈을 전한다.
이 책은 남자들 애환도 빼놓지 않는다. 중년의 한 남성 독자는 남자들에겐 그들만의 비애가 있다며 하소연 담긴 편지를 보내왔다. 쉰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은퇴했다는 그는, 안 그래도 허탈하고 우울한데, 밥상 차려주는 아내 표정까지 싸늘해 요리학원에 등록했다고 한다.
이 남성의 고백이다. "이게 가장 중요한데, 여자의 권력은 음식에서 나온다는 거였소.(…) 부엌을 점령해야만 내 인생이 구질구질해지지 않겠다는 확신이 들었지요."
◇오늘, 아내가 사라졌다/ 김윤덕 글/ 나남/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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