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 탄생의 원천, 혼종"…날카롭게 짚은 K-문화 정체성·방향성

[신간] 혼종의 나라

은행나무출판사 제공.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우리 문화의 참모습, 한국의 사회·문화가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그 현주소를 날카롭게 분석한 '혼종의 나라'가 출간됐다.

미술부터 영화까지 시각문화에서 아름다움 못지않게 인간과 사회의 명암을 읽어내는 것을 좋아하는 저자 문소영은 현직 기자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대학원에서 예술학과 문화학 두 개의 석사 학위를 받고 현재 박사 과정을 밟을 만큼 문화예술에 진심이다.

저자는 왜 '혼종'이란 키워드로 현재 우리나라의 문화 흐름을 꿰뚫었을까. 탈식민주의 학자 호미 바바는 순수성은 신화에 불과하고 '제3의 공간'인 혼종성(hybridity)에서 새로운 형태의 정체성, 즉 유동적이고 역동적이며 적응력 강하며, 혁신적인 무언가가 탄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자신이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수혜로 자유와 물질적 풍요를 누림과 동시에 전통적이고 유교적인 사고방식, 집단주의적 가치체계에도 익숙한 혼종세대인 'X세대'라고 말한다.

이런 혼종적 특성을 내재한 채 영국에서 유학하며 그곳의 문화를 바라봤을 때 느낀 양가적 감정을 저자는 마주한다. 그 대면은 우리의 역사를 파괴하고 단절시키려고 한 '나쁜 외세'임과 동시에 오늘날 우리 문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따라서 또 하나의 문화적 뿌리라고도 할 수 있는 서구 제국의 문화를 마주했을 때 밀려오던 애증의 감정이었다.

그리고 이런 혼재적 상황이 비단 한 개인의 내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도 만연해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대장금'에서 '오징어 게임'까지, '서태지와아이들'에서 'BTS'까지 한류가 발전하고 성장하면서 변화해 나가는 것을 생생하게 목격하며 성장한 세대로서 우리 문화 곳곳에 끓어 넘치고 있는 이 혼종적 특성을 △돈 △손절과 리셋 △반지성주의 △하이브리드 한류 △신개념 전통 △일상의 마이크로 정치 △포스트 코로나와 인공지능 7개의 키워드로 깊이 있게 분석한다.

사회학자인 송호근 한림대 석좌교수는 "나만의 시간, 나만의 공간, 나만의 사유를 비집고 들어와 결국 어지럽히고야 마는 주범들의 정체에 플래시를 들이댄 명쾌한 글"이라고 평했다.

△ 혼종의 나라 / 문소영 글 / 은행나무출판사 / 2만원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