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버티며 작가들과의 공존을 모색하고 싶어요" [책과 사람]

1인 출판사 '마름모' 고우리 대표의 진솔한 일상과 생각

편집자주 ...다채널의 뉴미디어 시대라지만, 책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존재입니다. 책은 전문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부터 각 분야 유명인사와 스타들 및 이웃들의 흥미로운 경험들을 기반으로 탄생합니다. [책과 사람]을 통해 각양각색의 도서들을 만들어 낸 여러 저자들 및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책은 물론 그들의 삶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마름모 출판사 고우리 대표 ⓒ 뉴스1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편집자의 사생활'은 마름모 출판사 고우리 대표의 에세이집이다. 16년 넘게 수많은 저자와 작업해오며 겪은 출판편집자의 솔직한 경험담이자, 1인 출판사 새내기 대표의 좌충우돌 창업기다.

이 책에는 출판편집자로서의 거창한 사명감이나 사업가로서의 원대한 목표 같은 내용은 없다. 다만, 저자의 소소한 일상이 담겨 있을 뿐이다. 하지만 창업과 함께 겪어가는 각종 에피소드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 속에는 시간의 세례 속에서 쌓아올린 단단한 커리어가 은은하게 드러난다.

출판업계에 입문해서 16년 이상 다양한 경험을 쌓고 '1인 출판사' 창업으로 수렴되는 과정이 궁금했다. 그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떻게 해서 자기 일상을 기록하게 된 것인가.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1인 출판을 시작하면서 겪는 자잘한 일상을 일기 쓰듯이 페이스북으로 기록했다. 퇴사 후 혼자 일하다 보니 뭔가 자유롭고 새로운 인생의 시작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고, 회사 일에서 벗어나니 좀 심심한 감도 있었다. 지금 보면 되게 신나서 쓴 기운이 느껴진다. 기대 반, 두려움 반의 심정이었던 것 같다.

-원래 평소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잘 이용하는 편이었나.

▶절대 아니다. 원래 SNS는 잘 안 하는 편이었는데, 주위 사람들이 1인 출판을 하려면 SNS를 열심히 해서 자기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를 드러내는 일은 딱 질색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책이 나오자 사람들이 놀라서 '이게 뭐냐? ', '어떻게 그럴 수 있냐', '실은 SNS의 천재였어'라고 놀리기도 했다.(웃음)

-어떻게 해서 이번 책이 나오게 된 것인가.

▶과거 내가 만든 책의 추천사를 써 주셨던 출판평론가 한 분이 계셨는데, 그분이 내 SNS의 글을 보시더니 만나자고 했다. 그리고 출판업계에 젊은 편집자가 많이 유입돼야 하는데, 내가 일종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면서 책을 내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어찌어찌하다 보니 결국 책으로 출간이 됐다.

-자기 이야기가 책으로 나오니 어떤 기분인가.

▶다른 사람의 글을 책으로 만들던 내가 내 이야기를 책으로 낸 것이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하지만 실은 무척 부담스럽다. 거창한 비즈니스 마인드로 1인 출판을 시작한 것도 아니고, 출판에 대한 사명감이 강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좋아하는 출판 일을 열심히 하다가 어떤 시점에 이르자 내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여러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래도 출판 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작은 정보나마 보탬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뿌듯하다.

-요즘 1인 출판에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뭘까.

▶최근에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필요할 때 뭉치고, 일이 끝나면 흩어지는 분위기가 강하다. 특히 출판업계에서는 인프라 측면에서 기획, 편집, 제작, 디자인 등을 혼자서도 감당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전문성만 갖춘다면 1인 출판은 운영 비용 면에서 효율성이 높고 개인 시간 활용도 자유로운 편이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1인 출판이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의 이상적인 모델로 부각되는 듯하다. 물론, 현실은 다르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만난 1인 출판의 장단점은.

▶물론 자기 일을 한다는 것이 가장 좋다. 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고, 신속하게 결정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일을 만들어 낼 수 없다. 기획, 영업, 외부 인력 관리도 고스란히 자기 몫이고, 어떠한 사안이든 오로지 자기 판단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점도 꽤나 모험적이다. 전문성은 기본이고, 자유로운 만큼 자기관리가 중요하다. 느슨해질 수 있는 함정이 매 순간 도사리고 있다.

-실제로 1인 출판을 직접 하며 만난 어려운 점은.

▶사실 원고의 수급이 척척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원고 기다리는 일에 익숙해야 하는데 이것이 길어지면 무력감이 오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계속 새로운 기획은 해야 하고, 사무실도 운영해야 하고, 사람들도 만나야 하고, 일상생활도 해야 한다. 수입이 없어도 기본 비용은 계속 나간다는 말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편집이나 번역 등 외주 일을 병행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수입은 생기지만 정작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는 단점이 있다. 이는 영원한 딜레마다.

-출판사에서 직원으로 일할 때와는 큰 차이가 있겠다.

▶조직 속에서 책을 만들어 낸다는 것과 혼자서 책을 만든다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결과적으로 출판사에서 일할 때는 최소한 1년에 6~8권을 책을 만들었다. 하지만 1인 출판 시스템하에서는 1년에 3~4권을 내기도 힘들다. 당연히 자금 회전이 어렵다. 1인 출판은 매력도 크지만, 그만큼 위험성도 크다. 무엇보다도 장기적인 투자 기간을 잘 견뎌야 한다.

편집자의 사생활(미디어샘 제공)

-학창 시절에는 어떤 꿈을 가지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전혜린을 동경했고 독일에서 공부하고 싶어서 독문학을 전공했다. 독일로 교환학생을 갔을 때는 정말로 꿈이 이루어지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1년간의 교환학생을 마치고 대학을 졸업한 후 다시 독일로 건너가 2년 6개월 동안 문학과 어학을 공부했다. 학문의 내용과 수준이 너무 좋았다. 귀국해서 구직 활동을 할 때 그동안 배운 것과 가장 근접한 일이 출판 편집자로 생각되어 출판사에 입사했다.

-출판사에서는 편집자로서 주로 어떤 경력을 거쳤나.

▶사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작가들 뒷바라지나 하는 일인 듯한 자괴감도 들었다. 그러다가 '문학동네'에서 세계문학전집을 만들 때 편집의 기본기를 배웠다. 또한 '김영사'에서 일할 때 단행본 기획의 맛을 알게 됐고, '한겨레출판사'에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기획자로 일했다. 그렇게 10년이 넘게 일하면서 편집자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전문성도 생긴 것 같다.

-출판 편집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창작자들과 만나 콘텐츠를 창출한다는 점은 겉보기엔 꽤 매력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아주 정확하고 꼼꼼해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이며, 전문성을 갖추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인내심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책에 대한 애정 없이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글을 다루는 일이지만 결국 사람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늘 겸손하고 인간에 대한 존중심을 가져야 한다.

-출판사 대표로서 포부와 어떤 책을 만들고 싶은지.

▶사실 그게 제일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어떤 주제를 스토리텔링을 통해 전달하면서도 문학성이 있는 책을 만들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논픽션이면서도 좋은 글맛으로 마음을 울리는 책을 좋아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문학에서 멀어진 것에 대한 아쉬움이 가슴 한구석에 남아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포부는 너무 거창하고…다만 1인 출판사 운영이 쉽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버티면서 작가들과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고 싶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