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번호는 000" 페북 피싱 봇물…장애인 폰 보안교육 '구멍'
지난해 장애인 모바일 활용 능력 중 '악성코드 관리' 최하위
같은해 SNS 피싱 최소 120건…"맞춤 해킹예방 교육 필요"
- 오현주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40대 주부 박모씨는 최근 지적장애를 앓는 50대 가족 B씨가 페이스북 메시지에서 만난 사람에게 전화번호를 건네는 것을 목격했다. 평소 B씨가 지자체 복지관에서 스마트폰 수업을 열심히 듣긴했지만 해킹에 대한 주의도가 떨어진다는 생각에 박씨는 걱정이 됐다. 요즘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악성코드가 담긴 URL를 열어 개인정보도 유출된다고 하니 걱정이 더했다.
장애인의 디지털 기술 활용 능력이 매년 증가하지만 보안에 대한 낮은 이해도는 문제다. 스마트폰 사용법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해킹예방 교육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취약계층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 장애인의 모바일 기기 이용 능력 중 '악성코드 검사 및 치료' 부문이 48.2%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2019년(43.9%)대비 4.3%포인트(p) 올랐지만, 2020년(50.3%)대비 2.1%p 감소했다. △애플리케이션(앱) 다운 △이동통신망 △메시지 파일을 통해 감염될 수 있는 악성코드를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평가한 지수인데,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애인들이 대표적으로 겪는 모바일 사이버 공격 사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피싱'이다.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벌어진 개인정보 유출 사례는 120여 건으로 추정된다.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 관계자는 "기관에 접수되지 않은 (SNS 피싱)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페이스북 메신저로 접근해 연락처를 요구하거나, 스마트폰을 주겠다는 SNS 광고를 띄워 공격을 하는 경우가 잇따라 발견됐다"고 말했다.
잇단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0년부터 진행해온 '디지털 배움터' 활동에서 장애인 맞춤 온오프라인 보안교육이 추가 개설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디지털배움터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장애인 맞춤 교육프로그램은 시각·청각·기타 장애인 대상 △파이어썬 △윤리 △키오스크 △스마트폰 기본·택시앱에 그쳤다. 다음달말 '스마트폰 보안·해킹' 온라인 교육이 진행될 예정이지만 교육대상은 모든 이용자다.
이와 관련해 장애인 단체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정보기술(IT) 취약계층 108만명이 디지털배움터에서 공부를 한 것은 대단한 성과"라면서도 "일부 강사들의 '아무 링크나 누르지 말라는 식'의 구두형태 보안교육만 주로 이뤄지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각각의 장애인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일부 장애인들이 보안에 취약한 배경에는 (보안 교육) 기회가 적게 주어지는 것이 자리한다"며 "시각·청각 등 장애인 눈높이에 맞는 교육으로 (사이버 공격) 예방역량을 기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길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장애인 모바일 보안 프로그램에 스마트폰 개통 피해 예방 관련 내용도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김상희 국회부의장이 보건복지부·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12월부터 8개월간 70건 이상의 장애인 스마트폰 개통피해가 접수된 바 있다. 당시 10건 중 7건은 지적·정신장애인에게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woobi123@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