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사업자, 요금 선납하면 수백개 번호도 개통 가능
A 알뜰폰 사업자, 모 법인에 수백개 번호 발급
"법인이 만들 수 있는 회선 수 상한선 두긴 어려워"
- 손엄지 기자, 양새롬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양새롬 기자 = 일부 알뜰폰 사업자는 한 법인에 수 백개의 번호를 개통해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의 수단이 되는 속칭 '대포폰'을 막기 위해 법인이 개통할 수 있는 휴대전화 회선를 제한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사업자가 많다.
이렇게 개통한 수백개의 번호는 카카오톡 오픈채팅, 텔레그램 등에서 불법 채팅방을 운영하는 데 사용된다.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법인이 알뜰폰 사업자를 통하면 한 번에 수백개의 번호 개통도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A 알뜰폰 사업자에 "법인은 최대 몇 개 회선을 개통할 수 있냐"고 질문하자 "개통 가능 회선은 협의 후 가능하다"고 답했다.
취재에 따르면 A 알뜰폰 사업자는 모 법인에 수백개 번호를 발급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인은 이 번호로 카카오톡, 텔레그램 계정을 만들어 판매했다.
이렇게 판매된 번호는 주로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주식 리딩방을 운영하거나 텔레그램에서 비밀스러운 거래를 할 때 사용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법인이 개통할 수 있는 회선을 최근 180일에 최대 4개로 제한했지만, 통신사업자 판단에 따라 더 늘릴 수도 있다.
기존 통신사업자들은 법인이 회선 개통을 요구할 때 신용평가기관을 통해 기업을 평가하고, 미납 이력 등 정보를 종합해 법인마다 개통 가능한 회선을 차등적으로 나누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 역시 법인의 이력을 봐야하지만, 요금을 미리 납부하거나 보증보험증권을 끊으면 수백개의 번호를 발급해 준다.
과기정통부는 법인이 만들 수 있는 회선 수의 상한선을 제한하는 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전력 같은 곳에서는 하루에 수천개 회선을 개통해야 하는 상황도 있어서다.
그래서 각 통신사 자율에 맡겨 회선 수를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조건을 성립하는 법인에 최대한 많은 번호를 발급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A 알뜰폰 사업자가 어떤 이유로 법인에 많은 번호를 발급해줬는지는 알기 어렵다"면서 "올해 7월부터 다회선 가입제한 기준을 강화하면서는 대량 번호개설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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