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24 결산②] "어메이징" 유럽 홀린 中…혁신 경쟁 주도할까
시선·손짓으로 조작하는 AI폰·벤더블 폰에 투명 노트북 등 눈길
"아직 시제품…실제 출시 이어져야 혁신"
- 조재현 기자
(바르셀로나=뉴스1) 조재현 기자 = '혁신 기술과 중국.'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폐막한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4'를 요약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인파가 몰린 현장에는 눈을 사로잡는 첨단 기술, 그리고 중국이 있었다.
미·중 갈등 여파로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CES) 대신 유럽 시장 공략에 주력하는 중국 기업들 공세가 거셌다. MWC 최대 규모(9000㎡) 부스를 꾸리며 물량 공세에 나선 화웨이를 비롯해 투명 노트북(레노버), 춤추는 로봇 개(샤오미), 벤더블 스마트폰(모토로라), 음성 비서가 탑재된 안경 형태 증강현실(AR) 기기(오포) 등은 전시 내내 참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삼성전자나 애플 등 글로벌 혁신 기업의 제품이나 기술을 따라 하기 바빴던 과거 모습은 사라지고 글로벌 기술 경쟁 패권을 쥐려는 듯 자신감이 넘쳤다. 전시장 핵심으로 꼽히는 '홀3'에 자리한 중국 기업도 다수였다.
MWC에 참가한 기업 수도 288개로 스페인(696개), 미국(432개), 영국(408개)에 이어 네 번째로 많았다. 한국은 165개였다.
PC 제조 업체인 레노버가 소개한 세계 최초 투명 디스플레이 노트북은 단연 화제였다. 기존 노트북 형태에 17.3인치짜리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투명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형태인데, 관계자가 노트북과 호환되는 펜으로 화면에 색칠하는 동안에도 화면 너머 꽃병이 선명하게 보였다. 시제품이라 실제 출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참관객은 화면이 접히는 폴더블 노트북에도 관심을 보였다.
레노버 산하 모토로라는 벤더블 콘셉트 스마트폰을 전시했다. 6.8인치 디스플레이를 구부려 손목에 찰 수 있는 게 특징이며 접힌 상태에서도 디스플레이 터치가 가능했다.
보란듯이 전기차까지 내놓은 샤오미는 'OO 짝퉁' 이미지 탈피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이미지와 별개로 전시 기간 내내 부스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중국 내 출시한 전기차 SU7과 바르셀로나에서 글로벌 출시한 스마트폰 14 시리즈 전시 존도 인기였으나 참관객은 입구에 자리한 4족 보행 로봇(사이버도그 2)에서 좀처럼 시선을 떼지 못했다.
참관객이 반려견에게 간식을 주는 자세를 취하면 발을 올려 빨리 달라는 듯 보채고, 앉았다 일어나며 춤추듯 재롱을 부린다. '공중제비'도 완벽하게 해낸다. 유아 및 노년층 정서 안정에 도움을 주는 목적 외에도 카메라를 장착, 보안 목적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게 샤오미 측 설명이다.
화웨이는 AI와 차세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5.5세대(5.5G) 이동통신 비전 제시에 주력했다. 특히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 '판구'를 전시했다. 판구는 날씨 예측, 금융 등의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
화웨이에서 분사한 스마트폰 제조 업체 아너의 AI 폰 '매직6 프로'는 사용자 시선을 인식해 앱을 실행하는 기술로 주목받았다. 3초가량 통화 버튼을 바라보면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식이다. 화면을 터치하지 않고 손짓으로 인터넷 창을 여닫거나 화면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기능도 탑재됐다.
전시 기간 중 아너는 스마트반지와 플립형 폴더블폰을 출시하겠다고 깜짝 발표도 했다. '갤럭시 링' 실물을 최초 공개한 삼성전자에 뒤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는 게 업계 평가다.
오포도 AI 기반 비서를 통해 음성명령 등을 할 수 있는 안경 형태의 증강현실(AR) 기기 '에어 글라스 3' 시제품을 전시했다.
중국 기업들의 유럽 공략은 더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다. CES 대신 기술력을 선보일 무대는 MWC가 사실상 유일해서다. 혁신 기술을 단순 선보이는 것과 실제 출시하는 것엔 엄청난 간극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시제품 수준의 기술력을 얼마나 빨리, 그리고 안정적으로 구현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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