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틀린 게 아냐"…애플이 '찜'한 韓20대 개발자 '색맹 체험' 앱

[인터뷰]애플 '스위프트 학생 공모전' 우승자 김세이 씨
색맹·색약 체험 앱 개발…"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큰 힘'"

애플 스위프트 학생 공모전 우승자인 iOS 개발자 김세이 씨 (애플 제공)

"사람들은 모두 세상을 다르게 봅니다. 색맹·색약을 가진 사람을 포함해 그 누구도 틀리게 보지 않죠. 사람들의 불편함을 해결해 주는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애플 디벨로퍼(개발자) 아카데미 2기 재학생 김세이 씨(29)는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애플 애플리케이션(앱) 개발법을 익힌 iOS 개발자다. 학부 시절 때는 전공인 철학 공부에 집중했다.

착실한 문과생이었던 김 씨는 애플과 만난 지 약 2개월 만에 '애플 스위프트 학생 공모전(스튜던트 챌린지)' 우승자로 뽑혔다. 애플이 지난달 발표한 우승자(전세계 375명) 중 한 명으로, 미국 본사가 인정한 20대 개발자다.

김 씨가 만든 앱은 색맹·색약을 체험할 수 있는 '어 빗 디퍼런트 렌즈'(A Bit Different Lens)다. 우리말로 해석하면 '(당신의 눈과) 조금 다른 렌즈'다.

김 씨는 지난달 31일 뉴스1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 앱을 통해 누구나 다르게 세상을 보고, 그 누구도 틀리게 보지 않음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세이 씨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앱) '어 빗 디퍼런트'(A bit different) (김세이 씨 제공)

'어 빗 디퍼런트' 앱에는 총 5가지 카메라 필터가 적용됐다. 색상 구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고충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됐다. 구체적으로 필터는 △듀터아노말리(희뿌연 필터) △프로타노피아(진한 초록빛 필터) △듀터아노피아(밝은 초록빛 필터) △프로타노말리(연한 적색 필터) △트리타노피아(진한 적색 필터)로 구성됐다.

앱은 '다양성'에 초점을 뒀다. 앱을 처음 작동하면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다채로운 색상의 세계를 본다"(Everybody sees their own colorful world)라는 문구가 뜬다. 또 색맹 증상을 지닌 '나'(Me)가 친구인 '너'(You)로부터 "색을 틀리게 보는 게 아니라 다르게 본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는 영상이 나온다.

김 씨는 "사람이 색깔을 인지하는 과정은 원추 세포(색 감지 세포)가 활성화돼 뇌로 신호를 보내는 것과 뇌에서 해석하는 것으로 구성된다"며 "활성화 정도가 같아도 경험과 맥락에 따라 다른 색으로 인지할 수도 있어 어쩌면 아무도 같은 색을 보고 있지 않고, 그렇다면 맞고 틀린 색깔도 없다"고 말했다.

김세이 씨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앱) '어 빗 디퍼런트'(A bit different) (김세이 씨 제공)

'색맹 체험 앱'이라는 아이디어는 영화 '코다'(CODA·Children of Deaf Adults)를 보고 떠올렸다. '코다'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을 둔 10대 소녀 '루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그는 "오디션 무대에 오른 주인공이 부모님에게 수어를 통해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해주는 장면이 감동으로 느껴졌다"며 "여기서 체험 형식의 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다름을 수용하고 이해하는데 도움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가 iOS 개발자로 첫발을 뗀 지는 1년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애플로부터 단기간 내 인정을 받았다.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언급한 "Connecting the dots"(여러 점을 연결하라)라는 말처럼 크고 작은 경험들이 하나둘 모여 굵직한 결과물을 냈다.

김 씨는 철학을 공부하며 일찌감치 다양성에 눈을 떴다. 그는 "철학은 A와 B라는 사람이 무언가를 말하면 C가 반박하는 양상을 띤다"며 "철학을 공부하며 세상에 답이 없다는 걸 알게 됐고, 다양함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개발을 시작한 것은 철학과 전공 과목 중 '논리학'에 재미를 붙이면서다. 개발 작업은 좋은 코드를 짜기 위해 어느 정도 맞춰야 하는 기준이 있다. 비교적 명확한 답에 맞춰 코드를 짜면서 느꼈던 희열은 김 씨를 iOS 개발자의 길로 이끌었다.

가장 큰 전환점은 포스텍(포항공대)에 위치한 '애플 개발자 아카데미'를 만난 것이다. 아카데미에서는 주5일 오전·오후 세션을 매일 4시간씩 진행하고 있다. 이 세션은 단순히 지식을 알려주는 수업이 아니라 워크숍 형태로 이뤄진다.

김 씨는 3월부터 아카데미에서 동료들과 여러 세션을 들으며 팀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부모님의 자서전을 만들어 주는 앱도 만들어봤다. 그는 "애플 개발자 아카데미는 단순히 취업에 목적을 둔 '부트 캠프'과 달랐다"며 "팀원들과 소통하고 기획하며 개발자로서 성장하는 데 집중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12월 애플 개발자 아카데미를 졸업한다. 최종 목표는 개발의 본질에 집중하는 iOS앱 개발자가 되는 것이다. 그는 "개발자는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며 "세상을 편하게 만드는 개발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