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내고 가을 야구 보자"…불법 스포츠 중계 극성

우후죽순 생겨나는 불법 중계 사이트, 실질적 규제 어려워
이름만 바꾸는 꼼수 막을 '동적 금지 명령' 도입 필요성

불법 스포츠 중계 사이트 '블랙티비' 메인 화면 (블랙티비 갈무리)

(서울=뉴스1) 김민재 기자 = 2024년 한국 프로야구는 기아 타이거즈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올해 프로야구는 사상 최초로 1000만 관중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전례가 없는 건 관중 수뿐만이 아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 처음으로 유료 중계를 도입했다.

티빙이 1350억을 투자해 3년간 프로야구 중계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값을 지불하지 않고 불법으로 경기를 시청하는 경우가 늘어나며 불법 스포츠 중계 사이트 단속 필요성이 제기된다.

31일 웹사이트 트래픽 분석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이달 19일 불법 스포츠 중계 사이트 '블랙티비' 접속자는 약 18만 7000명으로 전날(1만 4000여 명)보다 13배 이상 많았다.

이날 한국시리즈 진출 팀이 결정되는 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렸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이 개막한 9월 접속자는 약 277만 명이었다.

정식 중계권을 가진 스포티비의 같은 달 접속자 수를 웃돈다. 전체 접속자의 99.72%가 한국에서 해당 사이트를 이용했다.

이같은 불법 스포츠 중계 사이트는 접속 URL을 바꾸거나 우회 접속 사이트를 안내한다. 이름이 비슷한 도메인을 여러 개 만들어 접속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앞 글자를 바꾸어가며 운영을 계속하는 식이다. 검색 엔진에 'OO 티비'라고 검색하자 비슷한 이름의 웹사이트가 10개 넘게 표시됐다.

불법 스트리밍 문제는 그간 계속 지적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21일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시정 요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신속한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스포츠 중계를 비롯한 불법 스트리밍 행위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방심위 관계자는 "블랙티비 등의 불법 스포츠 중계 사이트는 국내 스포츠 외에도 해외의 다양한 종목 중계 화면을 스트리밍하고 있으며, 개별 저작권자들의 저작권 침해 사실을 위원회에서 확인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불법 중계 단속이 어려운 건 권리 침해와 법적 판단 사이의 '시차' 때문이다. 나종갑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스포츠 불법 중계가 권리 침해라는 법적 판단이 나와야 이를 단속할 수 있는데 (판단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불법 중계 사이트의 권리 침해는 경기 시간 동안만 진행되기 때문에 규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적 판단이 나온 뒤에는 규제 대상인 불법 행위가 사라지고 없다는 설명이다.

까다로운 증빙 절차도 걸림돌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법 스포츠 중계사이트 차단을 요청하려면 웹사이트에서 스포츠 도박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증빙해야 한다"며 "메인 화면, 도박 게임 화면, 입금 화면, 환전 화면을 저장해 제출해야 하는데 이 절차를 매번 반복하는 게 까다롭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동적 금지명령(Dynamic Injunction)'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불법 웹사이트 금지 명령은 비슷한 웹사이트를 확인할 때마다 매번 새로 받아야 한다. 동적 금지명령은 이런 반복을 피하고 기존 금지명령을 확장해 이름만 바꾼 유사 웹사이트도 신속하게 규제할 수 있도록 한다.

나 교수는 "권리가 침해될 때마다 규제를 하기 위해서는 동적 금지명령을 도입하는 등 관련 법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inj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