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규제 뺐지만…美 컴퓨터협회 "한국 플랫폼법, 중국만 수혜"

한국 기업에 유리천장…"중국 영향력 키울 수도"
"미국 기업만 지나치게 겨냥"…한미 무역 관계 위협 우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주요 업무 추진상황을 설명하고 있다.2024.7.25/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서울=뉴스1) 신은빈 기자 =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가 우리나라 정부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추진을 놓고 "수출 경쟁력을 해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정작 중국 기업은 규제하지 못해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미국 기업만 규제 대상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커 한미 무역 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CCIA는 이달 16일(현지시간)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디지털시장법(DMA) 유사 정책에서 새로운 규제안으로의 전환 관련 CCIA의 입장'이란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고 23일 밝혔다.

CCIA는 구글·아마존·메타·애플 등 빅테크를 회원사로 둔 글로벌 비영리 IT 단체다.

공정위는 이달 9일 시장 지배적 플랫폼의 4대 반경쟁 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지배적 플랫폼을 사전 지정하는 기존 법안의 규제 방식을 사후 추정으로 변경했다.

다만 사전 규제 성격을 띤 내용이 여전히 개정안에 포함돼 빅테크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 기업 성장에는 유리천장을 씌워 투자를 제한하는 반면 알리·테무와 같은 중국 플랫폼 기업은 규제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신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는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어 역차별에 따른 한미 무역 관계 저해가 우려된다고 CCIA는 지적했다.

매트 슈루어스 CCIA 최고경영자(CEO)는 "개정안은 미국 기업에만 지나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존 사전 규제 요소를 그대로 유지한 법안"이라며 "미국 기업을 표적으로 삼고 중대한 한미 경제·안보 관계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을 키우는 사전·사후 규제안을 모두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미국 기업의 이같은 움직임이 통상마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제이미슨 그리어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비서실장은 인터뷰를 통해 플랫폼 규제를 강하게 우려했다.

그는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법 301조로 가장 이득을 본 게 한국 기업"이라면서 "미국은 막대한 무역 적자를 감수해가며 한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확대했는데 한국이 미국 플랫폼 기업을 가혹하게 차별하는 것은 끔찍한 그림"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여전히 한국과 잘 지내겠지만 필요한 조치는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사전규제가 포함된 '온라인 플랫폼법' 자체 추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정문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정부의 하나마나한 플랫폼 규제안을 기다리지 않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온플법 제정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be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