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와 오픈AI는 왜 싸울까?[손엄지의 IT살롱]
머스크, 구글의 딥마인스 인수에 실망…마음 맞는 샘 올트먼과 창업
오픈AI와 테슬라 합병 제안…이사회 반대에 회사 떠난 머스크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일론 머스크와 샘 올트먼은 한때 '오픈AI'를 공동 창업할 만큼 가까운 사이였다. 비슷한 가치관을 나누면 미래를 그려왔던 그들이 지금은 법적 공방을 벌이는 사이가 됐다. 그동안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과거 머스크는 '딥마인드' 창업자 데미스 허사비스와 친분을 나눴다. 어릴 때부터 영재였던 허사비스는 '인간처럼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는 기계'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인공지능(AI)이 인류에게 주는 위험을 경계했다. 머스크는 이러한 허사비스의 가치관에 공감하며 딥마인드에 500만 달러를 투자한다.
머스크의 자서전에 나온 일화다. 어느 날 머스크는 구글의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페이지를 만나 딥마인드라는 회사를 소개한다. 그러면서 AI의 무분별한 발전은 인류 최대의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래리 페이지는 머스크의 말에 반박했다. AI가 발전하면 인간은 훨씬 편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2013년 말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머스크는 허사비스에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심지어 구글의 인수를 막고자 딥마인드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노력했다고 전해진다. 이런 노력에도 구글과 딥마인드의 인수합병(M&A)이 이뤄지자 머스크는 둘과 멀어지기로 한다.
이후 머스크는 AI 회사를 차리려고 마음을 먹었다.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안전한 AI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머스크와 서로 가치관이 맞는 샘 올트먼과 '오픈AI'를 공동 창업하기로 했다. 머스크는 4500만 달러를 오픈AI에 투자한다.
오픈AI의 행동강령은 머스크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 일단 AI 기술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로 공개하기로 했다. AI 기술을 누군가가 독점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또 이윤을 창출하지 않는 비영리법인으로 존속하게 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오픈AI의 느린 성장이 늘 불만이었다. 구글의 딥마인드는 넘어서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다. 그래서 머스크는 테슬라가 오픈AI를 인수하는 안건을 제안했다. 테슬라가 오픈AI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가 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오픈AI 이사회 멤버들은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 합병될 수 없다며 반대했다.
결국 머스크는 2018년 오픈AI를 떠났고, 머스크의 지분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사들였다. 지금은 MS가 오픈AI의 캐시카우가 됐다.
머스크는 오픈AI를 떠난 지 4년이 지나고서 소송을 걸었다. 오픈AI와 샘 올트먼이 영리 추구가 아닌 인류를 돕는 인공지능 개발이라는 오픈AI 초기 계약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오픈AI 측은 과거 머스크의 테슬라 합병 제안 이메일을 공개하며 반격에 나섰다. 머스크가 먼저 영리 목적 운영을 주장했고 테슬라와 합병을 시도했으나 실패 후 유사 회사를 세웠다는 취지의 반박이다.
여론은 치열하게 갈린다. AI의 미래를 예견하기 힘들 듯 이 문제에서도 누구의 생각이 옳은지, 누가 정의인지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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