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쇄신안에도 카카오 옥죄는 檢…경영쇄신위 동력 반감 '우려'
김범수 전면 등판에 '기술탈취 분쟁' 합의 속도
경영진 다수 수사 선상…쇄신 구심점 상실 예상
- 조재현 기자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카카오(035720) 계열사가 스타트업과의 '기술·아이디어 분쟁'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공동체 전반에 퍼진 위기 진화를 위해 전면에 나서면서 깊었던 갈등도 봉합하는 모양새다.
사회적 비판의 중심에 놓였던 카카오헬스케어, 카카오VX, 카카오모빌리티 등이 선제적 사업 협력안을 내놓은 것은 공동체 내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김 센터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게 업계 평가다.
다만 SM엔터테인먼트(041510) 시세조종 의혹 관련 수사 강도가 거세지고 있어 당국의 옥죄기가 김 센터장이 주도하는 경영 쇄신 작업 동력을 반감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들마일(중간물류) 시장에 진출하며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상대 기업인 '화물맨' 고위 경영진을 만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여러 사업 협력안을 논의했다.
구체적 안이 결정되지 않았으나 양사가 물류 트래픽을 공유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소화하지 못하는 화물 수요를 화물맨과 공유한다는 게 핵심이다.
40조원으로 추산되는 미들마일 시장에 국내 이동통신사는 물론 대형 플랫폼 기업이 앞다퉈 뛰어들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물량 감소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미들마일은 제조공장으로부터 물류센터·판매처를 잇는 운송 시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양사 모두 정보망 사업의 성공을 위해 협력의 여지가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며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고 했다.
앞서 화물맨 측은 카카오모빌리티가 미들마일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맞춤형 매칭 시스템과 운임 자동 정산 등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해당 기능은 다수 물류 플랫폼 기업이 쓰는 보편적인 기능이라고 맞섰다.
양사가 쉽사리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으나 김 센터장의 등장으로 상생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 택시의 독과점 논란 해소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카오헬스케어, 카카오VX의 스타트업 기술 탈취 의혹 사태도 일단락됐다. 이달 21일 국민의힘과 중소벤처기업부, 특허청 주도로 국회에서 열린 '대기업-스타트업 상생 협약식'에서 나온 결론이다.
카카오헬스케어는 닥터다이어리의 '혈당 관리 플랫폼', 카카오VX는 스마트스코어의 '골프 데이터 플랫폼' 관련 기술·아이디어를 훔쳤다는 의혹으로 분쟁을 벌여왔다. 이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하지만 카카오와 스타트업들은 소모적 논쟁을 멈추고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이런 노력과 별개로 사법당국의 압박은 날로 커진다. 카카오의 SM엔터 시세조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은 전날 오후 카카오를 압수수색했다. 지난 15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 김 센터장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지 일주일 만에 강제수사에 나섰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김 센터장은 지난달 30일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경영회의를 주재하며 공동체 전반의 쇄신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카카오의 준법·윤리 경영 체계를 만들기 위한 '경영쇄신위원회'의 위원장을 직접 맡고 준법 감시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를 출범시킨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김 센터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을 향한 수사 강도가 거세지면 계열사 주요 대표 20여명이 참여하는 경영쇄신위는 결과물을 내놓기도 전에 힘이 빠질 수 있다.
한편 카카오 준법과 신뢰위원회는 이날 처음 열린다. 장소와 시간은 알려지지 않았다.
cho8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