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피아] 목숨 빼앗는 '무법자' 사이버렉카, 언제까지…#유튜브도_공범
SNS상 사이버 렉카 비판하는 해시태그 게시물 7만9000여개
플랫폼·심의기구 규제 "미흡" 비판…입법 통한 적극적 규제에 대한 우려도 나와
- 윤지원 기자
(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 = 괴롭힘을 호소하던 인터넷 방송 진행자가 극단 선택으로 사망하는 등 피해 사례가 잇따르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사이버 렉카' 유튜버에 대한 공분이 거세다. 도 넘은 사이버 렉카에 대한 규제 및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입법 만능주의'는 주의해야 한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온다.
8일 트위터를 중심으로 한 소셜미디어(SNS)에는 "모녀살인범 뻑가 감빵 가자"라는 해시태그가 이어지고 있다. 뻑가는 이슈가 된 사건을 짜깁기하거나 자극적인 루머를 활용해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이버 렉카 유튜버다. 사이버 렉카는 교통사고가 나면 현장에 제일 먼저 등장하는 렉카(견인차량)와 흡사하다는 점에서 붙은 이름이다.
SNS상에 이같은 해시태그가 올라온 이유는 유튜브, 트위치 등에서 활동해온 인터넷 방송 진행자 잼미의 극단 선택에 뻑가가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트위터 관련 통계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겟데이트렌드'에 따르면 해당 해시태그를 사용한 누적 게시물은 이날 오후 기준 약 7만9600개에 달했다.
일부에서는 '#유튜브도_공범'이라는 해시태그를 올리며 혐오를 조장·방관하는 유튜브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사이버 렉카발 의혹으로 피해 잇따라…플랫폼·방통심의위 규제 있으나 제한적
사이버 렉카 유튜버에 대한 비판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이들이 비판받는 이유는 사실관계가 분명하지 않은 허위사실이나 자극적인 루머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근거없는 사이버 렉카발 의혹으로 인해 온라인 괴롭힘 피해도 이어졌다.
이처럼 사이버 렉카 유튜버로 인해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면서 이들에 대한 제재 및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현행 규제 방식이 피해 예방 및 구제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인터넷 방송 콘텐츠에 대한 규제가 전무한 건 아니다. 플랫폼의 자율 규제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한 공적 규제가 존재한다.
유튜브, 트위치, 아프리카TV 등의 인터넷 방송 플랫폼은 자체 심의 규정을 통해 유해 콘텐츠를 규제하고 있다. 유튜브의 경우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통해 부적절하거나 불법적인 콘텐츠를 규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콘텐츠는 신고 또는 모니터링을 통해 삭제된다.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콘텐츠 생산자는 처음엔 주의, 이후엔 경고 조치를 받는다. 경고 조치를 반복적으로 받을 경우 콘텐츠를 게시할 수 없으며 채널이 영구 삭제될 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 플랫폼 사업자의 자율적 판단에 맡긴다. 플랫폼의 자성적인 노력에 전적으로 기대야 한다는 것. 그러나 기존에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이 존재했음에도 사이버 렉카 등 콘텐츠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사이버 렉카가 생산하는 수익과 구독자 증가가 플랫폼의 수익과 연관된다는 점도 무관하지 않다.
◇입법 통한 콘텐츠 적극 규제는 한계…"민관 협의회로 소통 확대 필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유튜브 등의 인터넷 방송 콘텐츠를 심의하고 있다. 일반인의 신고 및 자체 모니터링으로 심의를 거친 후 플랫폼 사업자에 자율규제를 권고하거나 시정요구를 하는 식이다. 시정요구는 정보 삭제나 접속 차단, 이용자에 대한 이용정지 및 해지 등으로 한층 강제력 있는 조치로 분류된다.
그러나 방통심의위가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규제하긴 어렵다. 과도한 공적 규제는 검열 및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 과학방송통신팀의 최진응 입법조사관은 "입법 만능주의로는 실효성 한계가 있다"면서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면 이용자들이 해외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등의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조사관은 "대부분 유튜브를 많이 사용하는데 해외 사업자를 규제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반쪽짜리 규제책"이라고 말했다.
해묵은 인터넷 방송 규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사업자와 정부 기관의 소통 채널을 확대해야 한다는 전문가 소견도 나온다.
국내외 인터넷 개인방송 규제에 대한 논문의 저자 정창원 단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자율 규제를 원칙으로 하고 개인의 차원을 넘어 공공의 영역으로까지 문제가 될 경우 정부 차원의 개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예컨대 인터넷개인방송협의회를 설치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플랫폼 사업자와 정부 간의 소통 채널을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방통위, 지난 2018년 '클린인터넷방송협의회' 운영…올해는 윤리 교육 주력
인터넷 개인 방송 규제 문제를 두고 민관이 함께한 선례도 있다. 지난 2018년 방통위는 인터넷 개인 방송에 대한 '별풍선' 결제한도 및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클린인터넷방송협의회'를 운영했다.
해당 협의회에는 아프리카TV 등의 인터넷 개인 방송 사업자와 정부 및 학계 전문가가 참여했다. 그러나 이후 클린인터넷방송협의회는 뚜렷한 활동이 없었다.
이 가운데 방통위는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한 윤리 교육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방통위는 지난달에 '크리에이터가 알아야 할 디지털 윤리 역량 가이드북'을 발간했다. 이를 활용해 다중 채널 네트워크(MCN) 기업에 소속된 크리에이터들을 대상으로 윤리 교육을 우선 시범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올해는 윤리 교육을 강화하는 게 목적이고 협의회는 아직 계획이 없지만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거나 심각해진다면 협의회를 개최해 자정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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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세기 대중문화의 꽃은 TV다. TV의 등장은 '이성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인간의 지성을 마비시켰다. '바보상자'라는 오명이 붙었다. 하지만 TV가 주도한 대중매체는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우리 사회 곳곳을 바꿔놓았다. 21세기의 새로운 아이콘은 유튜브(YouTube)다. 유튜브가 방송국이고 도서관이고 놀이터고 학교고 집이다. 수많은 '당신'(You)과 연결되는 '관'(Tube)이 거미줄처럼 촘촘한 세상이다. '취향저격'을 위해 인공지능(AI)까지 가세했다. 개인화로 요약되는 디지털 미디어의 총아인 유튜브. 유튜브가 만든 세상은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적인 '멋진 신세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