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맛있는 탄수화물"…80만 년 전 유전자에서 시작됐다
- 김승준 기자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탄수화물은 체중 감량의 주적으로 꼽힌다. 고기를 먹고도 밥을 먹어야 포만감을 느끼는 한국인에겐 더더욱 그렇다. 이 같은 탄수화물 사랑이 80만 년 전 고대 인류부터 시작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20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인간의 전분 소화 능력을 고대 유전체로 추적한 연구가 게재됐다.
미국 버팔로대학과 잭슨 연구소 연구팀은 인간 탄수화물 소화의 첫 단계인 아밀레이스(아밀라아제) 유전자를 중심으로 고대 인류 유전체 분석을 했다.
아밀레이스는 침에 포함된 효소로 녹말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는데 '타액 아밀레이스 유전자'(AMY1)에 의해 생성된다.
이 유전자는 사람마다 양이 다르다. 많을수록 탄수화물 소화 효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연구팀의 선행연구 결과, 녹말성 음식을 많이 소비하는 사람에게서 유전자가 많이 나오기도 했다.
녹말성 음식 소화 능력이 발달하면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더 많은 영양소를 흡수할 수 있다. 풍부한 영양소가 뇌가 발달하도록 진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가설도 있어 소화 능력 진화 과정 연구는 인류 특유의 높은 지능을 설명하는 것과도 연결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다양한 시간대 고대 인류 68명의 유전체가 분석에 활용됐다. 그 결과 현존 인류(호모사피엔스)가 분화되기 훨씬 전부터 AMY1 유전자가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인류의 뇌가 발달할 환경이 기존 연구에서 드러난 것보다 더 일찍부터 마련된 것이다.
연구팀은 "AMY1 유전자 복제가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이는 네안데르탈인과 갈라지기 훨씬 전인 80만 년 이상 전, 처음 복제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인류가 수렵·채집을 주로 했던 것으로 여겨지는 시절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이런 소화 능력 발달이 비교적 최근에도 이어졌다는 점이 드러났다. 농업 발달에 따라 AMY1가 늘어난 것이다. 초기 수렵·채집인도 여러 개의 AMY1 유전자 사본을 가지고 있었지만, 유럽 농부들을 기준으로 지난 4000년 동안 평균 AMY1 사본 수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AMY1 사본이 더 많은 개체는 전분을 더 효율적으로 소화하고 더 많은 자손을 낳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궁극적으로 사본 수가 많은 쪽이 (생존에 유리해) 진화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거둬 AMY1을 전파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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